[음담잡담] 윤종신 ‘좋니’ 1위의 가치…아카이빙의 미학

입력 2017-09-0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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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윤종신. 스포츠동아DB

‘월간 윤종신’ 지속 발표…꾸준함 결실

가수 윤종신이 ‘좋니’란 노래로 음원차트에 이어 음악방송(1일 KBS 2TV ‘뮤직뱅크’)에서도 데뷔 27년 만에 1위를 차지하자 그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단순히 중견가수의 ‘반란’쯤으로 넘기기에는 아쉽다는 듯, 윤종신 음악에 담긴 특유의 ‘찌질한’ 감성이 재평가 되고, ‘오래전 그날’ 등 과거 그의 히트곡도 덩달아 조명 받는다. 그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꾸준히 음악을 내왔다는 점”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맞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성공했다는 점에서 ‘1위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윤종신은 2010년 트위터 열풍이 뜨겁자 “소셜 미디어(SNS)가 콘텐츠 마케팅의 획기적인 기회가 될 것”으로 여기고, 그해 3월 ‘월간 윤종신’을 론칭했다. 매월 1∼2곡씩 음악을 발표하고 ‘월간 윤종신’이란 브랜드 아래 음악 콘텐츠를 쌓기 시작했다. 여기에 음악을 만드는 과정, 노래의 뒷이야기 등의 스토리를 담은 디지털 매거진 기능을 추가시키고, 유명 포토그래퍼, 미술가 등과 앨범 아트워크를 완성하면서 ‘월간 윤종신’은 미디어 기능까지 갖게 됐다. 결국 ‘윤종신’이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되고 미디어가 된 것이다.

윤종신이 음원차트 순위에 상관없이 매월 노래를 낸지 3년 쯤 되고부터 ‘월간 윤종신’의 ‘구독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간 ‘월간 윤종신’으로 발표된 노래를 모두 찾아듣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노래가 발표되고 즉각 반응이 없으면 곧장 ‘실패’의 낙인이 찍히는 시대에 윤종신은 2∼3년 전 발표한 ‘월간 윤종신’의 옛 노래도 꾸준히 소비되는 현상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를 윤종신은 “아카이빙의 미학”이라 했다. 아카이빙은 새로운 팬층을 흡수시키는 것에서 그 미학이 두드러졌다. ‘좋니’가 음원차트에서 한달 가까이 1위를 유지하는 것은 일반 대중이 그의 노래를 지속적으로 듣고 있다는 증거다. 팬들만 좋아했다면, 반짝 1위는 가능하겠지만, 롱런을 불가능하다.

윤종신의 이런 행보는 비슷한 경력의 중견 가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가수들은 팬들이 하나둘 줄어들면 그만큼 영향력도 위축된다. 그래서 한때 국민가수라 불리고, 100만 장씩 팔던 가수들도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인기도 시든다. 윤종신의 1위는 ‘좋은 노래는 언젠가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은 물론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전략도 필요하다’는 점을 웅변해준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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