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하다 보면 자연스레 요령이 생긴다. 일과 관련된 주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에 훤히 들어오는데다가 곤란한 일이 생길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 그 일을 처음 시작할 때마다 훨씬 수월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이 ‘요령’이라는 것 때문에 사람은 그 자리에 머물러 꼼짝하지 않는다.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 하는 사람이 된다. ‘이래선 발전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안주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이런 법칙에 적용되는 않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MBC ‘왕은 사랑한다’로 국내 사극에 첫 도전장을 내민 임윤아도 이런 법칙 바깥에 있는 예외의 인간이다.
“이 작품이 사전제작이다 보니 굉장히 오래된 일 같이 느껴져요. 첫 사극이다 보니 새롭게 배운 점이 많았어요. 또래들과 함께 하다 보니 놀면서 촬영을 했다고 봐도 맞을거에요. 정말 추억이 많은 작품이에요.”
임윤아는 ‘왕은 사랑한다’에서 은산 역을 맡아 임시완, 홍종현 등과 함께 열연했다. 끝까지 결말을 알 수 없던 ‘왕사’ 속 삼각관계에서 임윤아는 다양한 감정선을 보여주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은산이 원(임시완)을 좋아하는지, 린(홍종현)을 좋아하는지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저 역시 그 두사람을 대할 때 우정인지 사랑인지를 명확하게 하는게 중요한 것 같앗어요. 제가 보기에 산이는 원을 친구로서 생각했고 린에게는 늘 기댈 수 있고 멜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도 마지막회까지는 굉장히 헷갈렸어요. 미리 알았더라면 산이의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임윤아는 ‘왕사’에서 감정 연기 뿐 아니라 약간(?)의 액션도 준비했다. 또한 더위와 추위 등과 싸우며 연기했다. 첫 사극인만큼 그에게 떨어진 과제도 상당했다. 임윤아는 이런 과정들을 모두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로 함께 한 동료들을 꼽앗다
“임시완 씨와 홍종현 씨가 굉장히 의지가 됐어요. 사전제작이긴 했지만 후반부엔 밤샘 촬영도 많았고 이동시간도 길었어요. 그럴 때마다 오빠들이 분위기를 더 밝게 띄워주고 토닥여 줬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곤 했어요. 그리고 다들 워낙 집중력이 좋고 프로페셔널 한 분들이라 저도 저절로 열심히 하게 되는 현장이었죠.”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왕사’라는 작품 자체의 시청률은 높지 않았다. 주연이란 그 작품의 성적에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이기에 임윤아 역시 분명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시청률은 정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잘 나오면 좋겠지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이 작품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런 연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해요. 매번 작품을 고를 때마다 ‘이게 끝나면 좀 더 경험을 쌓고 한뼘 더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임윤아의 말처럼 그의 최근 행보를 보고 있으면 결국 ‘도전’, ‘성장’이란 키워드로 귀결된다. 영화 ‘공조’ 속 코믹 연기가 그랬도 ‘The K2’ 속 연기도 그랬다. 소녀시대 멤버 중 한 명이었던 임윤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전보다 훨씬 단단해 지고 있다.
“‘공조’ 촬영 전에 2년 정도 공백기가 있었죠. 그 때부터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어요, 그 때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못했던 부분들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직 다음 작품에 정해지진 않았지만 그 때도 제게서 보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을 할거에요. 아마 곧 인사를 드리게 될 것 같네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