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우선”…벽 허문 TV-스크린

입력 2018-01-2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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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부’ -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 tvN 드라마 ‘마더’(왼쪽부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tvN

■ 영화감독이 드라마 연출하고, 드라마 작가가 영화 시나리오 쓰고

‘도봉순’ 백미경 작가 영화 ‘흥부’ 시나리오
방송사 예능국장 김석윤 ‘조선명탐정’ 연출
‘아가씨’ ‘박쥐’ 정서경 작가 tvN ‘마더’ 극본

영화감독이 드라마를 연출하고, 드라마 작가가 영화 시나리오를 쓴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 제작진이 경계 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매력적인 콘텐츠 앞에서 더 이상 스크린과 TV라는 구분은 중요치 않은 분위기다.

2월14일 개봉하는 영화 ‘흥부’(제작 영화사 궁)의 시나리오는 백미경 작가가 썼다. 지난해 방송한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와 ‘힘쎈여자 도봉순’을 연달아 성공시킨 작가다. 그는 드라마 집필과 동시에 고전 흥부전을 비트는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했고, 이를 토대로 영화 ‘흥부’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영화는 기발한 스토리로 일찌감치 주목받아왔다. 천재작가 흥부(정우)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의 모습에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드는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는 내용의 이야기가 ‘업계’의 관심을 자극한 덕분이다.

2월8일 개봉하는 김명민·오달수의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제작 청년필름)을 연출한 인물은 한 종합편성채널의 현직 예능국장인 김석윤 감독이다. 2011년 처음 나온 시리즈의 1편부터 이번 3편까지 전부 기획해 연출했다. KBS 예능국 PD 출신인 그는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성공으로 이끈 뒤 동명의 영화까지 연출하며 스크린과 인연을 맺었다.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 과감한 시도와 끊임없는 아이디어 개발은 이들의 활동에 더욱 힘을 불어넣는다. ‘흥부’를 연출한 조근현 감독 역시 백미경 작가가 쓴 시나리오에 대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아는 고전을 건드렸다는 대담함, 이야기를 이끄는 해학과 풍자가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줄곧 영화 작업만 해온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의 시선이 드라마로 향하는 일도 최근 부쩍 늘었다. 24일 첫 방송한 tvN 드라마 ‘마더’의 극본을 쓴 정서경 작가는 그간 영화계에서 실력을 과시한 스토리텔러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아가씨’와 ‘박쥐’, ‘친절한 금자씨’의 시나리오가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박찬욱 감독은 “정서경 작가는 내 작품세계 변화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꼽는 데 주저하지 않으면서 드라마 도전에도 기대를 걸었다.

영화 제작진의 안방 도전은 최근 잦아진 장르드라마의 증가와도 발을 맞춘다. 지난해 범죄 스릴러로 주목받은 OCN 드라마 ‘구해줘’의 김성수 감독 역시 ‘야수’와 ‘무명인’ 등을 만든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드라마 제작 규모의 확대,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플랫폼의 다변화도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영화 ‘끝까지 간다’와 ‘터널’의 연속 흥행으로 주목받은 김성훈 감독이 차기작으로 넷플릭스가 제작하는 6부작 드라마 ‘킹덤’을 택한 이유다. 완성된 드라마가 전 세계 190개국 안방 시청자에 동시 공개되는 플랫폼 파워에 거는 기대치가 없었다면 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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