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호랑이보다’ 감독과 이진욱이 말하는 ‘인간 고현정’ (종합)

입력 2018-04-02 17: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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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현장] ‘호랑이보다’ 감독과 이진욱이 말하는 ‘인간 고현정’ (종합)

“고현정 선배님, 보고 싶습니다. 선배님의 빈 자리가 크네요.” - 이진욱과 서현우

이진욱과 고현정 주연의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촬영 당시에는 성추문에 휩싸였던 이진욱의 차기작으로, 개봉을 앞둔 현재에는 고현정의 드라마 ‘리턴’ 논란 이후 신작으로 주목받은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이 베일을 벗고 취재진을 만났다.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는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하던 어느 겨울 날 영문도 모르고 갑작스레 여자 친구에게 버림받은 경유(이진욱)과 그런 경유 앞에 불현듯 나타난 소설가 유정(고현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고현정과 이진욱이 드라마 ‘리턴’ 이전에 만나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이광국 감독에 따르면 고현정과 이진욱 모두 노개런티로 출연했다고.

이광국 감독은 고현정의 캐스팅에 대해 “과거 조감독과 배우로 만났을 때 고현정의 연기를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고유한 리듬을 가지면서 동시에 표현을 불규칙하게 하더라.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희망을 품고 돌고 돌아 이번에 시나리오를 보여드렸다. 개런티를 드릴 수 없는 상황인데 시나리오만 보고 흔쾌히 하자고 하셨다. 나에게는 정말 감사한 분이다. 고현정이 유정 캐릭터에 생기를 가지게 해줬다. 한 여자로, 소설가로 풍성하게 표현됐다”고 말했다.

이진욱에 대해서는 “이진욱이 신인이던 시절 영화 ‘극장전’ 오디션에서 처음 봤다. 당시 나는 연출부였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었다. 웃는 모습이 좋게 남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은 “이번 영화 속 경유는 말도 없고 속 이야기도 하지 않고 답답한 인물이다. 이 역할을 누가 하면 좋을지 오래 고민했다. 13년 전의 이진욱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영화 안에서 경유는 잘 웃지 않지만 잘 웃을 줄 아는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진욱에게 연이 닿아서 시나리오를 드리게 됐는데 좋게 봐줘서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 자칫 뭔가 더 표현할 수 있었지만 담백하게 경유의 곤경과 쓸쓸함, 난처함을 표현해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촬영 당시 이진욱은 성폭행 무혐의 처분을 받은 후 무고죄로 고소한 여성의 항소심을 지켜보던 상황이었다. 이에 대한 부담감에 지난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관객과의 대화에도 불참한 바 있다.

이진욱은 성추문으로 인해 자숙하던 시간이 오히려 연기에 도움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상황에서도 많이 도움 받았다. 여러 가지로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모든 게 다 깨져버렸고 자연 그대로의 이진욱이었다. 단순하고 순수하게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이진욱은 ‘살면서 곤경이 몰아치는 순간이 있다. 곤경이 지나가기를 얌전히 기다리라’는 글을 읽었다. 글을 통해 깨달았다. 경유를 연기하면서도 곤경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며 “경유가 다시 펜을 들지 않나. 부활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도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이 부활의 단초가 되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진욱이 모습을 감춘 시기,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에서 고현정은 “두렵다”는 이진욱의 말을 대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는 완전히 뒤바뀐 상황. 드라마 ‘리턴’에서 제작진과의 마찰 끝에 중도 하차한 고현정이 이번 기자간담회에 불참했다. 이광국 감독이 “고현정이 홍보에 불참한다는 표현을 한 적 없다. 시사회에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고 내부적으로 의논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리턴’ 사태의 영향이 없다고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이진욱이 고현정의 말을 대신 전했다. 이진욱은 “선배가 ‘미안하다’고 말하더라. ‘전혀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대답했다. 감독님 옆에서 잘 하고 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진욱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배우다. 배우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 ‘나도 고현정 선배님 같은 선배가 되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기도 했다. 연기에 대해서도 말할 것 없을 정도였다. 세련된 연기를 표현하는 분”이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때도 ‘리턴’ 때도 호흡이 좋았다. 선배는 상대 배우에게 많은 힌트를 주는 분이다. 연기의 다른 관점과 방향을 조심스럽게 알려준다. 당연히 호흡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많이 배웠다. ‘리턴’ 때도 연기 잘하는 분이라는 느낌이 딱 오더라”고 고백했다.

이진욱은 고현정의 ‘리턴’ 하차를 언급하면서 “어느 현장이든 크고 작은 일이 일어난다. 해결하는 방식의 차이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게 제자리를 찾을 것 같다. 시간이 많은 것들을 해결해주더라”고 말했다. 지난날 고통의 시간 속 자신을 깨닫게 했던 그 말을 고현정에도 전한 것이다. 그러면서 “옆에 계셨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보고싶습니다”라고 그리움을 표현했다.

이광국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12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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