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이순재 “다시 태어나도 배우? 안될 거 뭐있나”

배우 이순재가 영화 ‘덕구’를 통해 영화 주연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이번 영화는 지금까지 이순재가 출연했던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르게, 그의 분량이 영화의 90%를 차지한다. 언론시사회 당시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고 말했던 그의 말처럼, ‘덕구’는 관객들에게도 배우 이순재의 연기를 좀 더 집중해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게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영화는 이순재가 노개런티로 출연해 더욱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출연 분량이 많은 이번 영화에 이순재가 노개런티로 출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저예산 영화인데, 돈을 몇 푼 받는 것보다 안 받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이 작품이 여러 가지 의미로 어차피 내가 주도한 작품이라서 책임감도 있었고요.”

‘아이 캔 스피크’처럼 노년의 배우들이 영화의 주연을 맡으며 저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최근 영화계에는 자주 등장했다. ‘덕구’도 그 일환으로, 앞으로 노년 배우들의 주연 활약을 더욱 기대해볼 수 있게 만들었다.



“늙은이들은 얘깃거리가 많아요. 예전에 제가 우스갯소리로 늙은이들의 시트콤을 한 번 해보자고 했었어요. 3대 가정을 중심으로 어울리는 이야기를 찍으면, 그 안에 희로애락이 다 있을 테니까요. 저나 신구, 최불암, 주현이 중에서 조건 맞는 사람들 묶어서(웃음), 얼마든지 재밌는 소재가 많으니까요. 저는 송장이 아니라고 했어요. 우리가 외화를 볼 때도 젊은 배우들의 연기도 있지만, 그 안에 있는 노(老)배우들도 보거든요. 안소니 홉킨스 같은 배우가 영화에서 가만히 앉아서 대사만 해도 좋잖아요.”

60년 연기 생활을 해보면서, 노하우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경지에 올랐을 그. 그럼에도 아직도 스스로의 연기에 부족함을 느낄까.

“예술, 창조엔 끝이 없어요. 완성이 없는 거죠.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음악에도 끝이 없잖아요. 얼마든지 새롭고 훌륭한 업종이 있을 수도 있고요. 연기도 그 당시에 잘 하는 사람이 있었을 뿐이지, 흉내 내면 끝이에요. 연극에서 신구랑 나랑 같은 연기를 해도 차이가 있어요. 다 옳은 거죠. 그게 연기의 창조성이고요.”



최근 문화계 전반에 화두로 떠오른 미투 운동. 이에 대해 이순재는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제 다시 그런 짓들 하겠어요? 사실 4, 50년 전에는 관행이었어요. 옛날 시스템 자체가 그랬어요. 극단이 지방을 돌아다니니까 별일이 다 있었어요. 근데 이건 옛날 일이고.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잖아요. 상하관계가 종속적 관계는 아니니까요.”

“선배로서의 역할로 접근해야하는데 한 시대를 오래 군림하다보니까 관행이 되고, 습관화가 된 거죠. 걸러져야할 사회적 이슈가 생긴 거예요. 전 분야가 경각심을 가지고 인권을 존중하고, 그렇게 제대로 된 사회 조직이 돼야한다고 생각해요. 미국에서 건너온 미투지만 사회정화의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이순재는 다시 태어나도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할까.

“그럼 저도 빌딩 하나는 지을 수 있지 않겠어요?(웃음). 요즘은 용모만 가지고 배우를 하는 것도 아니던데, 안 될 거 뭐 있겠어요.”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