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스릴러 퀸이라 불리는 배우 이유영이 영화 ‘나를 기억해’를 통해 다시 돌아왔다. 이번 영화는 스릴러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알고 보면 범죄 피해자들이 사건 이후 어떤 삶을 알게 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찰하게 되는 영화다. 이번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장르적 특성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깊은 주제 의식 때문이었을까.
“후자에 가까워요. 저는 이 영화의 결말을 보고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서 심각성을 깨닫고, 반전을 받았을 때 또 생각을 하게끔 하는 영화라서 선택을 했죠. 여성 영화도 많이 없는데, 여성이 중심이 되는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가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배우로서 부담이 됐을 터. 이번 영화에 참여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이걸 잘 해내고 싶었어요. 너무 무거울까 걱정도 했거든요. 보고 나니까 의미 있는 작품에 참여했다는 게 뿌듯해요. 최대한 그 인물의 상태를 잘 표현하려고 했고, 고민하던 와중에 마음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었죠. 다운돼 있고 그런 것도 있었어요. 근데 후유증은 없었어요. 어두운 건 끝나면 잘 빠져나오는 편이라서요.”
그 준비 과정이 물론 쉽지 않았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범죄의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해야했기에 더욱 신경 써서 준비해야했다.
“성범죄를 당한 여성들의 심정을 담은 책을 읽었어요. 평생 그 트라우마는 잊히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걸 보고 어떻게 사는지 참고했고, 범죄 기사를 많이 찾아봤어요.”
특히나 이번 영화 속에서는 극중 이유영의 약혼자로 나오는 강지섭이 자신의 약혼녀가 성범죄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막말을 퍼붓는 장면이 현실처럼 인상 깊기도 했다.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그 얘기가 서린에게는 너무 잔인한 얘기였던 것 같아요. 피해를 당하지 않은 사람이 들어도 발끈할 이야기인데, 서린은 거기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을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 순간 정이 떨어졌을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하지 생각해보니, 그런 일을 안 당해봐서 하는 얘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영화를 보면 현재 영화계뿐만 아니라 각계에서 펼쳐지고 있는 미투 운동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영이 바라보는 미투 운동에 대해 물었다.
“여러 가지 사건들이 나오고 있고, 정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당사자들이 아는 것 같아요. 그 부분은 얘기하기가 조심스러워요. 각자 자신의 양심에 맞게 행동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진짜 피해자를 위해서요. 양심 있는 미투 운동이 좋은 미투 운동으로 살아남을 것 같아요.”
이번 영화에서 약간의 액션을 선보였던 이유영. 그는 제대로 된 액션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또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요. 장르적으로는 나중에 액션을 꼭 해보고 싶어요. 하지원, 김옥빈 선배님처럼 여자 액션을 해보고 싶어서요. 몸 쓰는걸 해 보고 싶어요.”
2018년, 이유영은 지상파 드라마 ‘미치겠다, 너땜에!’를 통해 돌아올 예정이다. 이번 한 해, 어떤 활동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 하고 일만 하면서 보내고 싶어요. 그렇게 하고 나면 일 년이 지나있을 것 같아요. 일하고 싶어요. 일을 바쁘게 하고 싶죠. 일이 좀 잘 되면 내년에는 휴식을 가지지 않을까 싶고요. 욕심이 점점 생기는 것 같아요(웃음).‘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