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혜리 “첫 영화 ‘물괴’ 다시 찍고 싶지만 후회는 없다”

입력 2018-09-1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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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걸스데이 출신 연기자 혜리가 영화 ‘물괴’를 통해 영화에 처음 도전했다. “다시 찍고 싶은 심정”이라며 아쉬움도 나타내지만, 그 도전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 연기자 혜리가 영화 ‘물괴’를 통해 영화에 처음 도전했다. “다시 찍고 싶은 심정”이라며 아쉬움도 나타내지만, 그 도전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 ‘물괴’로 스크린 노크한 혜리

괴물영화에 왕도 탐관오리도 나와 신선
친화력이 장점, 촬영중 선배들과 낮잠도
연기 혹평? 나답게 솔직하게 정면돌파


유쾌, 상쾌, 통쾌라는 단어만큼 혜리(24)와 어울리는 수식어는 없다. 오랜 시간 걸그룹 활동으로 쌓인 친화력에, 타고난 성향까지 더해진 듯한 쾌활한 매력이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다. 실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혜리가 스타덤에 오른 건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혜리가 걸그룹 활동과 예능, 드라마를 넘어 이제 영화까지 넘본다. 12일 개봉하는 영화 ‘물괴’(감독 허종호·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스크린 데뷔작이자 첫 주연작이다.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로 먼저 공개된 영화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고 있고, 혜리의 연기에 대해서도 냉정한 시선이 따르지만, 이런 분위기는 그에게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남보다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로 자신의 영화를 설명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낸 그는 “추석 개봉이라는 건 그만큼 기대작이라는 사실 아니냐”며 웃었다.


● “첫 영화? 아…다시 찍고 싶다”

혜리가 드라마 주연에 올라선 계기는 2015년 방송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부터다. 이 드라마는 혜리에게 연기라는 작업과 연기자라는 직업에 욕심을 내게 했다. “우리가 ‘함께한다’는 의미의 감사함을 배웠고, 배우끼리 ‘호흡한다’는 의미도 알게 된 작품”이라고 돌아봤다.

이것저것 고민하기보다 일단 시작하고 보는 성격인 듯한 혜리는 ‘물괴’ 제안을 받았을 때도 부담이나 걱정보다 기대가 더 컸다고 했다.

“아! 신선한데? 솔직한데? 그런 느낌이 확 들었다. 아무런 이유가 없이 괴물이 나오는 영화라면 매력이 덜했을 텐데, 왕도 나오고, 못된 탐관오리도 나오고, 세력 다툼도 한다. 뭔가 지금과 비슷한데? 데자뷔? 그런 생각도 들고 말이다.”

영화 ‘물괴’에서의 혜리(가운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 ‘물괴’에서의 혜리(가운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물괴’는 조선왕조실록(중종 22년)에 기록된 ‘생기기는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으로 묘사된 괴이한 짐승의 존재에서 모티프를 얻은 이야기다. 백성이 공포에 휩싸이자 왕(박희순)은 옛 내금위장(김명민)을 불러 수사를 맡긴다. 혜리는 내금위장이 난리 통에 만나 키운 딸. 혜리의 설명에 따르면 “한양에 사는 아씨들처럼 정통적인 사극 말투를 쓰는 아이가 아니라 산에서 자급자족하면서 자란 설정이라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영화 출연은 처음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내 연기만 자평한다면? 다시 찍고 싶다. 다시 하면 지금보다 잘 할 것 같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난 첫술에 배부르길 바랐다.”

제작비가 100억원을 훌쩍 넘는 작품의 주연으로 나섰지만, 처음 경험하는 영화 현장에서도 혜리는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했다. 그가 풀어내는 첫 촬영 날의 기억을 듣다보니, 웃음이 터졌다.

“야외에서 찍는 장면이었는데 점심 먹고 나니 시간이 남았다. 앉을 곳도 마땅치 않아 보여서 그늘진 곳에 돗자리를 펴고 ‘선배님들∼ 낮잠 시간이에요∼’ 소리쳐 불러 같이 쉬었다. 기념사진도 찍고. 난 깜빡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 보니 선배님들은 가고 없더라. 하하!”

평소 낯가림도 없다는 혜리는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도 금방 친해졌다. 선배들의 각각의 성향 파악도 일찌감치 마쳤다. “김인권 선배님은 작품과 달리 실제론 진지하고 항상 연구하는 스타일”, “술자리를 즐기는 박성웅 선배님은 내 단골인 횟집으로 모셨다”고 했다.

한 시간 내내 넘치는 에너지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던 혜리는 갑자기 생각난 듯 “드라마 찍을 땐 ‘다같이 밥 먹으로 가요’라고 마주 말하는데, 영화 촬영장에는 밥차가 있어 수월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자신은 삼시세끼를 챙기는 편이라 밥차의 존재가 더 소중했다는 설명이다.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 연기자 혜리. 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 연기자 혜리. 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 “뭐든 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신중해진다”

고등학생 때 걸스데이로 데뷔한 혜리는 스무 살이 지날 무렵 더 큰 무대가 궁금했다고 한다.

“예능도 잘할 수 있고 연기도 하고 싶고, 시상식 진행자도 맡고 싶었다. 지금?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야 대중이 좋아할까. 그런 생각을 한다. 나랑 정말 맞지 않는 ‘신중함’이란 게 생겼다.”

대부분 밝고 유쾌하지만 혜리도 상처받을 때가 있다. 자신에 대한 평가를 실시간으로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위축될 때도 있다. 혜리는 “상처를 받지 않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일반 친구들끼리 있어도 ‘누가 너 욕했대’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 아프고 기분 나쁘지 않나. 나는 그런 느낌을 매일매일 받으면서 산다. 하지만 상처가 또 다른 상처가 되기보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 직업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적지 않은 시간동안 단련된 ‘내공’도 엿보였다.

“내가 만족한 작품이나 모습이라고 해도 대중이 ‘잘못했다’고 한다면, 그건 내 잘못이다. 반대로 내가 못했다고 위축돼 있어도 대중이 ‘엄지척’이라고 평하면 그건 잘 한거고. 대중이 좋아하도록 만드는 건 내가 할 일이다. 자신감도 있다.”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 연기자 혜리. 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 연기자 혜리. 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뒤이어 물었다. 사람들이 혜리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 없는지. 만약 있다면 오해를 없애고 싶지 않은지.

“나는 직업을 여럿 갖고 있다. 어떤 일을 해도 ‘나답게’ 하지 않으면 불편하다. ‘혜리 같은 상태’에 있으려고 한다. 가장 솔직하고, 가장 편안하게. 사람들이 예능에서의 내 모습을 좋아하는데, 그건 아마도 가장 솔직한 상태이기 때문이 아닐까.”

친화력에 여유까지 가진 혜리의 주변에는 사람도 많다. 드라마 ‘딴따라’의 상대역 지성도 그 중 한 명이다. 마침 지성이 주연한 ‘명당’도 추석에 맞춰 개봉한다.

“지성 오빠 나오는 ‘아는 와이프’ 촬영장에 갔었다. 슬쩍 ‘명당’이 어떤지, 잘 나왔는지, 물었다. 하하하! 추석 영화가 많아 다들 ‘박’ 터지겠지만 모두 ‘대박’으로 터졌으면 좋겠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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