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을 마친 후 지난해 12월부터 다시 무대에 서는 배우 윤유선이 말했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첫 시도의 아쉬움과 이번 도전의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오랜만에 선 무대라 적응하며 남은 연기적인 부족함을 느꼈고 다시 찾아온 기회에 기다렸다는 듯이 도전을 결심했다.
윤유선은 “저번 공연이 끝나고 ‘(재 공연되면)한 번 더 해야지’라는 마음이 있었다. 연극적인 요소가 많은 공연이었는데 내 몸으로 완벽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었다”라며 “또 연옥과 정민은 오랜만에 만나는 설정이지 않나. 1년 만에 함께 했던 배우들을 오랫만에 만나니 이 캐릭터가 현실에 와 닿는 기분이었다”라고 말했다.
“저번에는 연기를 하면서도 버거운 느낌이 들었다면 지금은 무대가 좀 더 편해지고 연극적 표현, 작품의 구성을 좀 더 즐기게 됐어요. 연습 때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 공연을 할수록 궁금증의 실마리가 풀리고요. 연옥이를 연기하면서 계속 새로운 감정이 느껴져서 좋아요. 가장 좋은 것은 무대에서 관객들과의 교감인 것 같아요. 오시는 분들의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배우들도 몰입하는 정도가 달라지거든요. 배우로서 그건 정말 재미있는 경험인 것 같아요.”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오랜만에 만난 국제 분쟁 전문 기자 ‘연옥’과 저명한 역사학자 ‘정민’이 만나 매주 목요일마다 각기 다른 주제를 두고 토론을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학창시절부터 만났던 연옥과 정민은 부부는 아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이경’이라는 딸이 있다. 연옥은 위암에 걸려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기로 결정한 사이 갑작스레 정민이 연락을 취하며 매주 만나기로 결정한다.
프레스콜 당시 윤유선은 이 작품이 “여자와 남자를 이해하는 교과서 같다”라고 말했다. ‘그와 그녀의 목요일’이 성별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작품은 아니지만 상식적인 면에선 남녀의 본질적인 차이를 보게 하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누군가 내게 ‘아들을 키우면 남편이 이해되고 딸을 키우면 아내가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서 살다보니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더라”며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정민과 연옥의 대사를 보면 남녀의 말의 뉘앙스가 너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세상사람 중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자라온 환경이나 각기 갖고 있는 성향이 다 다르니까요. 하지만 남녀의 차이도 분명 있는 것 같아요. 누가 더 우월하거나, 옳다는 게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다른 것 같아요. 남자와 여자는 아예 다른 사람인 거죠. 이 연극이 그런 면을 잘 드러낸 것 같아요.”
2인극에 가까운 이 작품에서 윤유선은 성기윤, 성열석을 교차로 만나며 연기 호흡을 펼친다. 드라마와는 달리 ‘생방송’과도 같은 무대연기에 더 긴장이 되기도 한다고. 그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 엄청난 집중을 필요로 한다. 대사가 하나라도 엇나가면 한 장면을 완전히 망쳐버리기 때문에 더 긴장된다”라며 “그래도 지난번 보다는 더 깊은 이해와 교감이 있어 성기열, 성열석과 무대를 즐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예전에 남편이 제 공연을 보더니 ‘상대배우랑 너무 안 친한 거 아니야? 더 친한 척 해도 될 것 같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올해 다시 만나니 더 반가웠어요. 그래서 무대 서는 게 더 편안해진 것 같아요. 긴장과 여유로움이 공존한다고 할까요? 되게 재미있어요.”
연극 ‘달걀의 모든 얼굴’과 ‘그와 그녀의 연극’으로 지난해 두 번의 무대에 선 윤유선은 “예상치 못했는데 그렇게 돼 버렸다”라며 “1년에 한 작품을 하면 많이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무대에 자주 오르게 됐다. 두 작품의 색이 너무 달랐기 때문에 연기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또 무대에 오를 때 편안함이 생겨서 더 욕심이 난다”라고 말했다.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연극, 연기를 할 수 있는 곳은 다 애정하고 있어요. 여러 곳에서 연기를 하면서 느낀 점은 요즘 문학적, 철학적 요소가 담긴 작품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어요. 사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요소가 필요하거든요. 최근에 ‘미스터 션샤인’을 보면서 그 요소를 많이 발견해서 정말 좋았어요. 저희가 선택받는 직업이긴 하지만 시청자들과 관객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작품에서 연기를 하고 싶어요.”
→베테랑 토크②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스토리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