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최종보스’ 혹은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있듯이 드라마 안에도 이런 캐릭터가 존재한다. 이들은 막후에서 주인공을 위협하고 모든 사건들을 일으키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이런 이유로 모든 서사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카리스마 있고 매력적인 악역을 창조하느냐에 달렸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속 조학주 캐릭터는 단 여섯 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역대급 악역의 탄생을 예고했다. 고요하면서도 무거운 움직임으로 비교적 짧은 분량에도 대중은 배우 류승룡이 ‘킹덤’의 최종보스이자 끝판왕임을 뇌리에 새겼다.
“저조차도 ‘킹덤’을 보면서 왜 여기에서 끝나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시즌1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또 풀어내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시즌2에서는 아마 많은 것들이 회수될 거라고 생각해요. 시나리오를 본 저로서는 ‘뒤에 어쩌려고 그러나’라는 걱정이 들 정도죠.”
류승룡은 이번 작품에서 이미 사망한 임금을 좀비로 부활시키고 세자 이창(주지훈)을 역적으로 몰아가는 극의 큰 줄기를 주도했다. 이미 권력의 정점임에도 더 큰 권력을 노리는 조학주의 탐욕은 류승룡을 통해 생명을 얻었다.
“움직임이 적으면서도 무거운 공포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어요. 그리고 주변 캐릭터들이 극중에서 조학주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잘 설명해줬어요. 그 덕에 많은 도움을 받았죠. 유교 사회에서 고결함의 상징인 대제학의 머리를 서슴없이 찍어 누르는 장면은 조학주가 그 정도의 인물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많은 사극 장르에서 권력의 정점에 군림하며 막후에서 사건을 조종하는 캐릭터는 차고 넘쳤다. 이런 상황에서 류승룡이 본 조학주는 “좀비가 아닌 인간을 대표해 공포감을 심어주는 존재”였다.
“임금을 개처럼 묶어두고 먹이를 주는 사람이 조학주에요. 마치 사육하는 것 같은 느낌이죠. 그런데도 조학주는 전혀 동요하지 않아요. 그런 모습들이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는 거죠. 무모하리만큼 권력에 집착하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조학주 캐릭터가 주는 신선함과 별개로 류승룡에게도 ‘킹덤’은 생소하면서도 독특한 작업의 결과물이었다. 영화 제작진들과 영화를 촬영하듯 만들어 낸 드라마이기에, 그리고 좀비들이 만들어 낸 많은 장면들은 류승룡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좀비들이 주는 비주얼적인 쇼크가 어마 해요. 생각이나 언어가 없이 달려드는 공포가 있죠. 여기에 좀비가 된 왕이 조학주의 얼굴 앞까지 다가왔는데도 이걸 태연하게 바라보는 장면이나 연못 안에 수많은 시체들의 수장되어 있는 장면은 인간이 가진 농축된 욕망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류승룡의 말처럼 ‘킹덤’은 첫 번째 시즌을 통해 시각적, 심리적 공포를 잔뜩 안기며 한국형 좀비물이 아닌 조선판 좀비물의 탄생을 알렸다. 그러나 생각 이상으로 짧은 분량에 궁금증과 아쉬움만 남긴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즌2에서는 정말 추수의 계절이라고 봐도 될 정도에요. 마치 한가위처럼 계속 복선들을 거둬들이죠. 전개도 정말 빨라서 4부 대본까지 훅훅 넘어가게 되더라고요. 아마 시즌2에서는 시즌1과 다른 배우들의 활약도 늘어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