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 윤시윤 본격 흑화, 소년을 핏빛 야수로 만든 세상 ‘먹먹’

입력 2019-05-18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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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꽃’ 윤시윤이 본격 흑화했다. 잔혹한 세상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극본 정현민/연출 신경수 김승호)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휴먼스토리다. 백이강(조정석 분), 백이현(윤시윤 분) 형제의 처절하고도 아픈 삶이 안방극장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5월 17일 방송된 ‘녹두꽃’ 13~14회는 형제의 운명, 그중에도 동생 백이현의 운명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조선에 문명의 빛을 밝히고자 했던 소년 백이현을 기억하기에, 아무도 사람 대접하지 않는 형 백이강을 유일하게 믿고 따르던 동생 백이현을 기억하기에, 그를 이토록 흑화하게 만든 것이 잔혹한 세상이기에 시청자는 그의 변화가 더욱 슬펐다.

이날 향병에 징집됐던 백이현은 황토현 전투에서 관군이 대패한 후 고부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찾아간 곳은 스승 황석주(최원영 분) 집이었다. 백이현은 황석주 동생 황명심(박규영 분)과 정혼한 사이. 백이현은 황석주에게 황명심과 혼례를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황석주는 거부했다.

앞서 양반인 황석주는 중인인 백이현을 여동생 신랑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억지로 백이현이 향병에 징집되도록 만들었다. 그가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않기를, 그래서 혼사가 취소되기를 바란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전쟁터에서, 백이현은 이 사실을 알았다. 자신이 하늘이라 믿었던 스승의 배신에 백이현은 몸서리를 칠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

결국 백이현은 황석주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늦은 밤 직접 함을 메고 황석주의 집을 찾은 것. 동학농민군에 포로로 잡힌 송자인(한예리 분)으로부터 백이현의 상황을 모두 들은 백이강은 위험을 무릅쓰고 고부를 찾았다. 함을 들어주겠다며 나타난 형 백이강을 보며 백이현은 울컥하고 말았다.

그러나 황석주는 백이현에게 칼을 들이밀며 파혼 선언을 했다. 양반들에게 몰매까지 맞고 쫓겨난 백이현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형 백이강 뿐. 백이현은 백이강과 그의 동료들인 버들이(노행하 분), 번개(병헌 분)를 집으로 데려갔다. 집밥을 차려준 것. 그러나 이후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벌어졌다. 백이현이 건넨 음식을 먹은 버들이와 번개가 거품을 물고 쓰러진 것이다.

백이현은 백이강에게 다시 백가로 돌아오라고, 돌아와 이방을 하라고 제안했다. 백이강이 안된다고 하자, 버들이와 번개를 전리품으로 내놓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쳤다. 백이강은 동생의 180도 달라진 모습에 충격 받았다. 그럴 수는 없다며 돌아서려 했지만, 이미 버들이와 번개를 잡으려는 민보군이 몰려오고 있었다. 처음으로 맞선 형제의 눈빛을 끝으로 이날 방송은 마무리됐다.

무엇보다 백이현의 흑화가 강렬하게 그려진 60분이었다. 진흙 위에 핀 연꽃 같던 소년은 계급으로 인한 차별, 내가 죽지 않으려면 다른 이를 죽여야만 하는 잔혹한 세상 속에서 달라졌다. 자신을 시련으로 내던진 스승을 향해 “베푼 만큼 거두실 것입니다”라고 독설까지 하게 됐다. 그야말로 핏빛 야수가 된 것이다.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이 잔혹한 세상이기에 먹먹할 수밖에 없었다.

윤시윤은 한층 서늘한 표정, 굳이 큰 소리를 치지 않아도 소름 돋을 정도로 강력한 말투와 목소리, 번뜩이는 눈빛으로 백이현의 변화를 그려냈다. 서서히 일그러지는 백이현의 운명이, 윤시윤의 집중력 있는 연기력을 통해 완성된 것이다. 연기 구멍 없는 드라마로 유명한 ‘녹두꽃’이지만 다시 한 번 배우들의 연기력에, 배우 윤시윤의 존재감에 감탄한 60분이었다.

동생 백이현이 본격 흑화했다. 형 백이강은 그런 동생의 모습에 충격에 휩싸였다. 그렇게 형제는 진정으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형제의 갈라져버린 운명이 궁금해서 시청자는 ‘녹두꽃’을 계속 기다리고 있다. 한편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 15~16회는 18일 토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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