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인맥까지 동원…‘픽스 유’ 수록 대작전

입력 2019-09-0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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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정해인(오른쪽)·김고은이 주연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이 이야기 시작부터 끝까지 흘러나오는 10곡의 명곡에 힙입어 흥행 중이다.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 ‘유열의 음악앨범’ 흥행 질주…저작권료만 6억, 음악에 공들인 덕 봤다

300여 후보곡 중 최종 10곡만 추려
상업영화에 곡 안 주는 콜드플레이
김고은 지인 통해 설득…결국 성사


음악을 타고 사랑이 왔다. 정해인·김고은 주연 ‘유열의 음악앨범’이 섬세한 멜로영화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한동안 한국영화의 취약 장르로 꼽혀온 멜로의 저력을 다시금 일깨우며 8월29일 개봉한 영화는 누적 65만여 관객을 모아 1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나간 10년의 시간 속에서 만남과 엇갈림을 반복한 두 남녀의 운명 같은 사랑이 당시 유행한 노래들과 어우러지면서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 결과다.


● 유열부터 콜드플레이까지


관객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음악과 노래는 극중 이야기의 ‘화자’로 작동한다. 그 애잔한 감성을 극대화하는 노래는 모두 10곡이다. 영화 속 시간적 배경인 1994년부터 2005년 사이 선보인 곡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밴드로 불리는 콜드플레이의 ‘픽스 유’와 야니의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제외한 8곡은 친숙한 한국 가요다. 유열의 ‘처음 사랑’을 비롯해서 신승훈의 ‘오늘 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윤상이 부른 토이의 노래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핑클의 ‘영원한 사랑’ 등이다. 각 노래는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정서적으로 뒷받침하는 울림을 안기며 관객의 귀를 간질이고 있다.

이처럼 음악을 주요 장치로 내세운 시나리오는 실제 가수 겸 DJ 유열이 1994년부터 진행한 KBS 쿨FM ‘유열의 음악앨범’의 대본을 7년 동안 집필한 이숙연 작가가 썼다.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의 아이디어가 영화 연출자 정지우 감독의 섬세한 구상과 만나 300여 후보곡을 모으게 했다. 이후 배우와 스태프가 합심해 논의를 거듭한 끝에 최종 10곡을 추렸다.

연기자 김고은. 스포츠동아DB


● 또 다른 ‘일등공신’ 김고은

그 과정에서 김고은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저작권료가 가장 비쌀 뿐 아니라 한국영화에서 쓰인 적 없는 콜드플레이의 대표곡이 영화에 삽입된 것이 대표적이다. 콜드플레이는 독립영화가 아닌 상업영화에 자신들의 곡을 쓰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그럼에도 반드시 ‘픽스 유’가 필요했던 제작진은 여러 경로로 의사를 타진하면서 답을 기다려왔다.

기회는 뜻밖에 찾아왔다. 미국에 머물면서 콜드플레이가 참여한 록 페스티벌을 찾은 김고은은 마침 동행한 지인이 그들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듣고 도움을 청했다. 즉석에서 영화에 대한 설명과 의도를 전달해 결국 노래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대중에 잘 알려진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쓰는 것은 그만큼 ‘높은 저작권료’를 의미하기도 한다. ‘유열의 음악앨범’ 저작권료는 약 6억 원. 한국영화 최고 수준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기존 곡이 삽입된 극장 상영작을 대상으로 상영횟수에 따른 별도의 ‘공연료’(곡당 1350원)를 책정하는 만큼 향후 저작권료는 6억 원에서 더 늘어난다.

제작사 무비락의 김재중 대표는 1일 “처음 기획단계에서 저예산으로 해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지만 반드시 그 당시 음악이 필요한 영화인만큼 저작권료를 감안해 제작 규모를 재정비했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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