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사랑불’ 김정현 “구승준, ‘죽진 않겠지’ 희망 갖기도”

입력 2020-02-26 1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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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사랑불’ 김정현 “구승준, ‘죽진 않겠지’ 희망 갖기도”

기록은 언젠가 깨어지기 마련이다. 늘 그렇듯 영원한 정상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세운 기록 역시 언젠간 깨어지겠지만 당장은 기쁨을 누려도 좋다. 무려 ‘도깨비’의 시청률을 제친 결과이기 때문.

드라마 ‘시간’ 이후 1년 5개월 만에 복귀한 배우 김정현도 이 자랑스러운 기록의 한 몫을 담당했다. 그는 극중 구승준 역할을 맡아 현빈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여심(女心)을 강탈했다. 능글맞았던 구승준이 훗날 서단(서지혜)을 향해 목숨을 바치는 순애보가 될 수 있었던 것 역시 김정현 덕이다.

“많은 사랑을 받고 끝날 수 있어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시청률 같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제 마음에 좋은 훈장으로 남을 작품이었어요. 비록 드라마에서 승준이가 죽고 말았지만 그래서 더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남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분들은 살아있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저도 그런 작은 희망을 갖고 있어요. 원래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총에 맞아도 쉽게 죽지는 않잖아요?”


그의 말대로 김정현이 연기한 구승준은 안타깝게도 극중 사망함으로서 그 캐릭터가 완성됐다. 극 초반 사기꾼 같은 능글맞고 가벼웠던 구승준의 모습은 가고 시청자들이 진심으로 구승준을 사랑할 때쯤 그는 안방에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처음에는 구승준이 죽는다는 걸 전혀 몰랐어요. 감독님과도 촬영하면서 ‘설마 죽진 않을거야. 승준이도 이제 행복해야지’ 같은 대화를 나눴어요. 그런데 결국 16부 초반에 죽어버렸네요. 그 장면이 나가고 나서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도 오르더라고요. 그만큼 시청자들이 구승준을 사랑 해주는구나 라는 걸 체감했죠.”

실제로 김정현은 현빈과 손예진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이 작품 곳곳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했다. 특히 서단을 구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입으로 티켓을 찢는 장면은 구승준의 대표 명장면으로 꼽힌다.

“댓글 중에 ‘티켓 찢을 때 내 심장도 찢겼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원래 대본에는 티켓을 찢는다는 말 밖에 없었는데 감독님이 걸어오면서 찢을 수 있겠냐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보니 그 장면에 슬로우를 걸어주셨더라고요. 저로서는 쑥스러운 장면이었지만 많은 분들 덕에 시청자 마음에 남는 명장면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앞서 언급된 이 장면이 더욱 반가웠던 까닭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돌아온 김정현의 매력이 더욱 빛났기 때문이리라.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 한동안 연기를 쉬어야 했던 그에게 있어 ‘사랑의 불시착’은 완벽한 복귀 신호탄이 되어줬다.

“지금은 매우 건강해요, 몸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고요. 또,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저라는 배우가 많은 사랑을 받아서 마음에 살이 붙은 것 같아요. 제게 애정을 쏟아주셔서 ‘제가 아직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에 위로를 받았어요.”

그러나 ‘사랑의 불시착’은 그에게 당연히 또 다른 과제를 안긴 작품이기도 하다. “늘 내 연기에 박하다”는 김정현은 “발음은 물론, 표정도 더 디테일하게 해야겠다는 자기반성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런 김정현의 자아비판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 그의 연기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현빈과 손예진이 주연인 드라마에서 그는 분명 빛을 발했다, 소위 말하는 ‘서브 남주’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현빈, 손예진 선배님 덕에 이 작품이 더 잘될 수 있었던 건 맞아요. 두 분이 로맨스 장르를 해주신다는 것만으로 많은 이목을 끌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덕에 구승준 역할도 사랑을 받았죠. 거기에 북벤져스, 5중대원 분들 덕분에도 더 빛을 낼 수 있었어요.”


이제 김정현은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겨우 한숨을 돌렸다. 다시 돌아온 그는 전보다 훨씬 건강해졌고 담담해 졌으며 편안해 졌다. 여전히 본인의 연기에 대해 만족하진 못하지만 다소 냉랭했던 여론을 완화시켜놓은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연출을 맡은 이정효 감독님을 뵀을 때도 처음엔 작품 이야기 없이 만났어요. 그리고 다음 만남에서 출연 제안을 하시고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구승준하면 네 생각 밖에 안난다’고 해주셨어요. 이 작품 하면서 작가님도 제 애드리브를 다 살려주시더라고요. 정말 자유롭고 즐겁게 작업했어요. 저의 자존감이 크게 오르게 해 준 작품이에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오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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