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사냥의 시간’ 최우식 “‘기생충’ 덕에 효자 돼, 긍정적 부담감↑”

입력 2020-05-05 09: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DA:인터뷰] ‘사냥의 시간’ 최우식 “‘기생충’ 덕에 효자 돼, 긍정적 부담감↑”

영화 ‘기생충’으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배우 최우식이 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으로 1년 만에 관객들을 만났다. 최우식은 “‘기생충’ 이후 제 얼굴을 처음 보여주는 작품이라 더 긴장했다”고 ‘사냥의 시간’을 공개한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기생충’으로 입은 영예에 따른 부담감을 ‘긍정적인 고민’이라고 정리, “덕분에 효자로 살고 있다”고 도약을 다짐했다.

“‘기생충’ 이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잖아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에 한 번에 공개되니 더 기뻐요. ‘기생충’으로 제26회 미국배우조합상 영화부문 캐스팅상을 받았는데 실제로도 그동안 제가 받은 트로피 중에서 가장 무게가 나갔어요. 배우로서의 무게감을 느끼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죠.”

이어 “‘기생충’ 덕분에 부모님은 1년 내내 정말 행복해하신다”며 “‘사냥의 시간’도 빨리 보고 싶어 하셔서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TV를 샀다”고 덧붙였다.

“전 요즘 효자로 살고 있어요. 1년 동안 부모님이 저와 웃으면서 대화를 하세요. 그 전에는 속 썩이는 아들이었는데 지금은 효자 중에 효자입니다.(웃음) 연기 할 때 자신감도 붙었고요. 성격상 걱정과 고민을 하는 편이라 부담감도 많아졌지만 좋은 채찍으로 느껴져요. ‘기생충’으로 게을러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계기를 마련했어요.”


4월23일 공개된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물이다. 최우식은 그동안 짠내 전문 배우라 불릴 정도로 짠한 캐릭터를 잘 소화했지만 ‘사냥의 시간’에선 거친 모습을 보여줬다. 최우식이 분한 기훈 역할은 친구들의 무모한 계획을 걱정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돕는 의리뿐인 반항아다.

최우식은 “지금까지 제가 보여준 이미지와는 다른 느낌이다. ‘별로’라는 평가를 받을까봐 더 부담을 느꼈다”며 이미지 변신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가만히 있어도 짠한가봐요. 저도 부모님도 동의해요. (웃음) ‘사냥의 시간’을 선택한 이유 중에는 거친 이미지가 욕심난 것도 있어요. 하지만 목표 자체가 이미지 변신은 아니었죠. 출연을 결심했을 당시, 제가 표출하고 싶었던 감정이었을지도 몰라요. 의도적인 변신은 아니었습니다. 이미지가 굳어질 수도 있지만 짠한 연기가 가장 자신 있고 스스로도 즐길 수 있어요. 한 청년이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연기할 때 제가 가장 자유롭거든요. 그렇다보니 비슷한 이미지로 섭외가 많이 들어와요. 더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의리’와 관련한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에 대해선 “우가패밀리 등 나도 친구들을 많이 사랑하는 편이긴 하다. 기훈 캐릭터를 만들 때 도움이 됐다”며 “가끔 공식석상에서 ‘몰이’를 당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 나는 놀림 받는 게 아니라 귀여움을 받는 것이고 함께 웃고 함께 행복해 한다”고 말했다.


또 기훈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타투를 하고 전성기 시절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의 머리 스타일을 참고했다. 그는 “기훈을 쿨하고 틀에 박히지 않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부모와 함께 맞담배를 하는 캐릭터가 아닌가”라며 “타투를 하기도 했고 촬영 시작 전에 2시간씩 매번 작업을 해야 했다. 힘들었지만 외적으로 기훈의 성격을 잘 표현한 것 같다”고 비화를 풀어냈다.

“글로 소개된 기훈은 ‘인기가 많은 잘 나가는 친구’였어요. 제가 캐스팅 되면서 무리 중에 키가 가장 큰 양아치가 돼 버렸죠. 머리 스타일은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리즈 시절이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고 스타일링을 했는데.. 충격! 디카프리오는 디카프리오였습니다. 그의 머리 스타일은 온전히 그의 것이었고요.(웃음) 촬영용이었지만 타투를 그려보니 잘 어울리는 것 같더라고요. 실제로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 대리만족만 했습니다. 거울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어뒀어요.”


‘사냥의 시간’을 통해 이제훈, 안재홍, 박정민 그리고 박해수와 호흡을 맞췄다. 최우식에 따르면 늘 꿈꿔온 배우들과의 만남이었고 시너지는 상상이상이었다. 윤성현 감독과의 작업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는 “형들이 잘 챙겨줬고 치열하게 연기를 했다”며 “시나리오를 가장 마지막에 받았고 이미 캐스팅이 정해져 있었다. 가장 욕심났던 부분은 이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선 드문 장르, 설정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배우들과의 호흡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스타일이에요. ‘사냥의 시간’도 마찬가지였죠. 감독도 배우들과 나이대가 비슷해서 친한 형과 대화하듯이 고민을 말하기도 했어요. 가장 좋았던 점은 거짓말을 싫어한다는 점. ‘연기 하는 척’을 안 좋아하더라고요. 또 애드리브를 자유롭게 해도 되는 현장이었죠. 배우로서는 보고 느끼고 말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어요.”


‘사냥의 시간’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하는 청춘의 생존법과 불안한 감정을 다룬다. 기훈의 죽음을 열린 결말로 처리한 데 대해 최우식은 “준석(이제훈 분)이 한 발 나아갈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돼 좋았다”고 분석했고, “실제의 나 역시 미래가 불확실한 배우라는 직업에 종사 중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점에 집중하고 꾸역꾸역 해나가고 있을 뿐”이라고 ‘사냥의 시간’ 속 청춘들과 현실을 빗대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저의 장점은 ‘꾸역꾸역 계속 한다’는 점이에요. 신인 때는 오디션 참여조차 불확실 했어요. 하지만 그런 과거가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더 즐겁고 행복하게 다가와요. ‘거인’ ‘기생충’ ‘사냥의 시간’에서 연기한 청년 캐릭터 모두 더 좋은 미래를 위해서 무언가를 선택하죠. 대가를 치르고 성장하고 배워요. 저 역시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도 나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거기서 끝이 아니더라고요. ‘기생충’ 이후 시각이 바뀌기도 했고, 행복하게도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이 들어오기도 하죠. 그곳에서 오디션을 보는 것 자체가 제가 꿈꿔온 부분이라 행복해요.”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