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2020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이 같은 값진 수확이 있었다. 극중 신경외과 교수 채송화 역을 맡은 전미도는 뮤지컬계에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배우였지만 이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과 처음 만났다. 하지만 그가 대중의 마음에 안착하는 데는 고작 1회 방송분이면 충분했다.
“그동안 약 7개월 동안 촬영을 했는데 그 와중에 코로나 19가 터져서 실제 병원에서 촬영을 못했어요. 다행히 지어놓은 세트장에서 나머지 부분을 촬영했는데 큰 사고 없이 이 작품이 마무리 돼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우리 드라마를 좋아해 주실 거라는 생각은 했었어요. 워낙 남자 네 분이 유명하고 팬도 많으신 분들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제가 많이 낯설고 다른 드라마에 나오는 여주인공과 비슷한 느낌은 아니니까 걱정이 앞섰죠.”
그러나 전미도의 채송화는 대중에게 빠르게 스며들었다. 극중 응급의학과의 봉 선생은 채송화에 대해 “나 시간나면 송화 위인전 쓰려고”, “5인방의 실질적인 정신적 지주”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전미도는 음치, 박치라는 아주 사소한 단점 외에는 모두 완벽에 가까운 채송화를 매우 사랑스러운 인물로 표현해 냈다.
“첫 촬영 때까지 대본이 3부 정도 나와 있었어요. 대본을 읽어보니 송화는 정말 좋은 사람이더라고요. 전 송화 같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이걸 어떻게 보여주나 많이 생각 했어요. 송화의 말하는 톤이나 성격적인 부분은 작가님이 워낙 잘 써주셨어요. 특히 채송화는 기본적으로 감정의 큰 기복 없이 차분한 사람이라 그걸 기본으로 조금씩 변주를 하려고 했어요. 신원호 PD님의 디렉션을 믿기도 했고요.”
이런 전미도의 걱정은 결과가 보여주듯 기우(杞憂)에 그쳤다. 그는 이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후보에 올랐고, 개인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는 폭증했으며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는 건 일상이 됐다.
“첫 방송이 나가기 전에는 저를 어떻게 봐줄까에 대한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첫 방송 후에 실시간 검색어에 불쑥 이름이 오르니 이게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 모르겠어서 무섭더라고요. 인스타그램도 최근에 ‘공개해 주면 안 되겠느냐’는 요청에 공개로 돌렸어요. 팔로워 수가 오르는 걸 보면서 주식이 이렇게 오르면 얼마나 좋겠나 싶던데요.”
배우란, 그리고 연예인이란 관심이 고파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전미도가 익숙하지 못했던 것은 그가 영상 매체가 아닌 뮤지컬에서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뮤지컬 무대 위의 별이 드라마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공연을 10년 정도 해오면서 저 스스로 발전이 없는 것 아닌가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무대가 아닌 낯선 환경에 저를 좀 던져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때 ‘마더’라는 드라마를 하게 됐고 그 때 ‘재미있다’, ‘좀 더 경험해보고 집중해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그 시기에 신원호 PD님, 이우정 작가님의 오디션 제안을 받았어요. 떨어지더라고 그 두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경험이 될 것 같았죠.”
전미도의 말에 따르면 그는 처음 오디션 때 자신의 역할이 채송화인지조차 몰랐다고. 그는 “이 팀을 만나서 같이 작업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전보다 더 많이 노출이 되는 건데 그 부분이 겁나긴 했다. 그래도 그런 것들 때문이 이 기회를 놓친다는 게 더 아까웠다. 이제는 즐겨야겠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미 전미도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많은 매력을 보여줬다. 뮤지컬 배우가 절대 음치에 박치라는 채송화를 연기하는 아이러니, 그리고 교회 신에서 보여준 열정적인 댄스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전미도는 매력 창고이자 신원호-이우정 콤비가 건진 또 하나의 보물 상자였다.
“송화가 음치라는 설정을 들었을 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연기를 하다가 자연스레 노래를 하는 건 괜찮은데 뭔가 노래만 열창하는 건 창피하거든요. 그리고 이전부터 동료들 앞에서 노래 못 부르는 척 장난을 치곤했는데 그 부분을 그대로 가져가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노래 실력을 숨겨야 해서 답답하거나 그런 건 못 느꼈어요.”
다행이 이런 전미도의 노래 실력은 OST를 통해 빛을 발했다. 그가 부른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는 주요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다. 조정석이 부른 ‘아로하’에 이은 두 번째 쾌거(?)다.
“‘아로하’는 워낙 유명한 곡이고 (조)정석 오빠도 팬이 많으니까 1위할 때 모두 축하해 줬죠. 그러나가 ‘너도 한 곡 하지 않을래?’하고 제안을 주셔서 덥석 하겠다고 했는데 오빠하고 달리 차트 진입도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드라마 안에 제 노래도 넣어주시고 그 덕에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OST 한 곡으로 노래 실력을 드러낸 전미도는 이제 무대로 돌아간다.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그의 진가를 드러낼 수 있는 곳으로 귀환하는 것이다.
“저도 연기에 대해서는 욕심도 있고 승부욕도 강한 편이에요. 만약 송화와 전혀 다른 캐릭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공연으로 충분히 해소가 가능하죠. 원래는 드라마가 끝난 후 조금 쉴까 했지만 요즘 코로나 19 때문에 공연계가 침체되어 있기도 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이제 무대로 돌아갈 전미도의 채송화를 다시 만나려면 장장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이에 전미도는 마지막으로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시즌3까지 계획되어 있는 걸로 알지만 이 계획이 예정대로 이뤄지는 건 시즌2의 성적에 달릴 것 같아요. 앞으로 남은 6개월 동안 밴드 합주도 계속해서 실력을 더 늘릴 예정이에요. 드라마 속 관계들도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꼭 지켜봐주세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비스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