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최성현 스튜디오
배우 신현빈이 tvN 2020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연기한 장겨울이 호감형 캐릭터로 분류된 데는 두 배우의 기여가 있었다. 극중 장겨울과 부녀(父女) 케미를 보여준 이익준 역의 조정석과 짝사랑 상대였던 안정원 역의 유연석 이 두사람의 기여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조정석 선배와의 연기는 안 웃으면서 촬영을 하기가 힘들었어요. 어떤 분은 ‘저 픽미 댄스를 보고 어떻게 안 웃을 수 있느냐. 대단한 연기를 하고 있다’고 해주시더라고요. 그것보다 힘들었던 장면이 조정석 선배의 샴페인 장면이었어요. 설정한 것도 아닌데 콜라를 딸 때 계속 터지더라고요. 우리끼리 예능 신이 내린 것 아니냐고 그랬죠.”
극 초반 장겨울과 이익준은 한때 시청자들의 오해를 받았다. 둘이 러브라인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 것. 그리고 이 의견은 매우 심각하게 극 중반까지 이어졌지만 끝내 폐기됐다.
“사실 겨울이와 익준의 관계가 러브라인도 아닌데 그만큼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부녀 케미라는 반응도 좋았어요. 이런 두 사람의 관계를 재밌어 해주시는 반응에 저희끼리도 ‘우리가 부녀 케미래’라면서 이야기도 나눴어요.”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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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낸 장겨울-이익준 부녀 케미는 바로 이 관계를 성사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 졌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 러브라인의 유일한 수확물 윈터가든(장겨울+안정원) 커플을 위한 것.
“처음에는 정원이가 겨울이를 오해하고 단정 지었잖아요. 하지만 안정원은 그렇게 쉽게 사람을 판단하고 단정 짓는 스타일이 아니죠. 그리고 나서 겨울이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 정원이가 겨울이를 신경 쓰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이런 사랑에 대한 감정들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려져서 좋았어요. 실제 상황에서도 누구를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게 순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신현빈의 말대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좋은 드라마였지만 러브라인 전개만 놓고 보면 결코 친절한 작품은 아니었다. 마지막 회 장겨울의 눈물 고백과 이에 이어진 안정원의 기습 키스에 장겨울도 놀라고, 안방의 시청자도 놀랐을 것이다.
“저는 겨울이의 고백이 계획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참다 참다 터져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억눌려 왔던 감정들이 한 번에 터진거죠. 잘 생각해 보면 겨울이에게 안정원은 첫사랑이에요. 스물아홉에 레지던트 4년차면 다른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쭉 공부만 해야 그렇게 될 수 있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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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신현빈은 일에서는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하면서도 짝사랑 앞에서는 어린 아이 같은 장겨울을 보여줬다. 문자 메시지 속 이모티콘 하나에 “저 좋아하는 거 맞죠?”라는 대사 그리고 아니라는 답에 울상이 되는 모습은 전작의 신현빈에게선 볼 수 없던 안쓰러움이었다. 그래서 마지막회 장겨울-안정원의 키스신이 더욱 값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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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황은 겨울이가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시청자들은 정원이 겨울에게 반말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주겠다고 하는 걸 보면서 조금씩 눈치를 챘지만 겨울이는 그런 걸 몰랐으니까요. 겨울이 입장에서는 생각도 못한 일이 벌어진 거죠. 이 장면을 찍을 때 연석 선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나중에 방송으로 봤을 때 정원이가 그런 눈빛으로 겨울이를 바라보는 줄 몰랐어요. 저렇게까지 애틋하게 겨울이를 바라보고 있었구나 싶었죠. 연석 선배의 섬세한 감정 표현에 놀랐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