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DA:인터뷰] 김준수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사랑받고 싶었을 때 만난 ‘모차르트!’”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날 사랑해줘’라는 가사처럼 어느 때보다 연예인이 아닌 사람 김준수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싶었던 그 때에 만난 ‘모차르트!’가 제겐 운명과도 같은 작품이었어요.”
2010년 1월 26일. 김준수가 뮤지컬 배우로서 첫 무대에 올랐던 날이다. 당시 김준수에게 닥친 상황은 좋지 않았다. 새로운 앨범을 발매해도 음악방송이나 예능 프로그램 등 방송 활동은 불가피하게 할 수가 없었다. 요즘처럼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플랫폼도 없었던 터라 그가 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콘서트가 유일했다. 그러던 와중 김준수에게 ‘뮤지컬’이라는 또 다른 문이 열렸고 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김준수는 “10년 전, ‘모차르트!’를 하게 된 이유는 동병상련의 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천재 음악가는 아니지만 그가 겪었던 심정을 시나리오로 보니 당시 내 이야기 같았다. 그래서 기술적으로는 부족할 수 있지만 마음이 동화돼 이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10년이 지난 지금, 내가 뮤지컬 배우로서 첫 발을 디딘 장소에서 다시 노래를 하니 더 짜릿했다. 그 때 감정을 떠올리며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지만 여전히 ‘모차르트!’ 음악이 주는 힘은 강해 내 마음을 울렸다. 심지어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하지만 마치 10년 전 그날과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모차르트!’ 첫 공연 때 오랜만에 떨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긴장은 늘 하고 있지만 설렘과도 같은 떨림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도 이 공연을 보러 오셨던 분들, 10년이란 시간 동안 결혼을 하셨거나 잠시 다른 가수 좋아하셨다가 돌아오는….(웃음) 제 공연을 기다리셨던 분들 앞에서 다시 설 생각을 하니 다른 긴장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 역시 25살 때 보여드렸던 밝고 명랑한 ‘모차르트!’를 다시 선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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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어릴 때도 힘들었지만 여전히 ‘모차르트!’는 그에게 어려운 작품이다. 그는 “필모그래피에 ‘모차르트!’가 있는 분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어떤 작품보다 고난도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초연을 했을 때는 단지 내가 뮤지컬을 잘 몰라서 어려운 것이라 생각했지만 누가 해도 어려운 작품이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했던 작품이라 덜 힘들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넘버, 대사, 동선 등 외워야할 것이 가히 독보적이라 말하고 싶어요. 공연 중 땀 닦을 시간이 없어 땀이 입으로 들어가 입술이 미끈거려서 노래하기가 힘들 정도거든요. 마지막에 모차르트가 죽을 때 저도 ‘이러다 죽겠다’ 싶을 정도로 다 쏟아내고 나와요. 그래서 매번 ‘이번에 하고 두 번 다시 안 해’라고 다짐해요.(웃음) 굳이 표현하자면 42.195km를 달려야 하는 마라토너의 마음처럼 가끔 공연날이 무섭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 하고 나면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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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모차르트!’를 포함해 ‘엘리자벳’, ‘디셈버 : 끝나지 않은 노래’, ‘드라큘라’, ‘데스노트’, ‘도리안 그레이’, ‘엑스칼리버’ 등 출연 작품마다 독보적인 캐릭터를 완성시키며 화제를 일으킨 김준수에게 ‘모차르트!’가 특별한 이유는 김준수에게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로서 새로운 꿈을 꾸게 해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작품이 아니었다면 나는 뮤지컬 도전조차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해왔던 배역 모두 다 소중하지만 이것만큼 중요하고 소중한 작품은 없을 것 같다. ‘모차르트!’ 공연 첫 날이 뮤지컬 배우로서 나의 첫 데뷔일이고 인생의 길을 용기 있게 갈 수 있게 해준 뮤지컬이다”라며 “이 역할을 통해서 나의 울분도 많이 씻겨 내려갔고 위로를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인기 아이돌 김준수가 뮤지컬에 도전했다고 해서 처음부터 두 팔 벌려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1세대 뮤지컬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그는 대중들의 지탄을 받았어야 했다. 어렵게 차곡차곡 실력을 쌓으며 주연을 꿈꾸는 뮤지컬 배우들의 노력을 인기 하나로 밟아버렸다는 말도 많았다. 또 당시에는 바쁜 스케줄을 핑계로 연습 참여를 게을리 하는 아이돌 가수들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며 기존 관객들에겐 이들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다. 김준수는 이런 부류와는 달랐지만 ‘아이돌 가수’라는 이름 아래 함께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준수는 “그 때는 저 역시 고민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뮤지컬이란 장르를 언젠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 발을 내딛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에요. 괜히 잘 못해서 환영도 못 받고 사람들 입방아에나 오르내릴 수 있다는 걱정이 많았거든요. 그럼에도 이 작품이라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모차르트!’가 제 첫 작품이 아니었다면 지금 제가 뮤지컬 배우가 돼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제는 아이돌 가수들이 뮤지컬에 도전하는 게 자연스러웠죠. 후배들도 여기가 만만한 곳이 아님을 잘 알게 됐고요. 잘하는 후배들을 보면 뿌듯해요. 제가 이런 답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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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가 10년간 꾸준히 사랑받으며 티켓파워를 자랑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타고난 재능과 노력에 있었다. 수많은 배우들은 “김준수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공연을 한다”며 극찬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런 자신의 면에 대해 그는 “처음에는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매번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나 역시 진짜 내가 그러나 궁금해지긴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값비싼 표 값을 내고 오는 관객들에게 대충하는 공연을 보여드릴 순 없지 않느냐고 말하며 “내 이름을 보고 기대를 안고 오시는데 돈이 안 아깝게 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이유는 관객들이 아닐까. 그들이 나의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매번 실수가 없이, 완벽에 가까운 공연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해요. 찾아와주시는 감사함이 큽니다. 특히 이런 시국에 극장을 찾아 절 응원하시는 분인데 열심히 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열과 성의를 다해 공연을 임하는 게 제 숙명 같아요. 그게 관객들을 향한 감사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모차르트!’는 8월 23일까지 공연 예정이다. 이제 약 3주간 남은 기간 동안 김준수가 바라는 것은 무사하게 공연이 마치는 것뿐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관객들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시하길 언급했다. 김준수는 “남은 기간 동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관객들이 흡족해할 만한 공연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우선 건강하게 공연을 잘 끝맺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매번 공연 때마다 더욱 세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모든 관객이 다 각자 초점에 맞춰 다양한 해석으로 보셨으면 좋겠어요. 조금 더 재미있게 보시는 방법이 있다면 어린 아마데우스 역을 맡은 아역들을 유심히 살펴보시는 거예요. 생각보다 아역 배우들이 많은 것을 하고 있거든요. 그 많은 동선과 타이밍을 다 맞추며 하는 게 기특하고요. 아마데우스를 통해서 모차르트의 정신 상태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에 초점을 맞춰 보신다면 더 재미있게 관람하실 수 있을 거예요. 끝날 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