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반도’ 이정현 “롤러코스터와 같은 인기는 내려놓고 할 일에 최선을 다할 뿐”

입력 2020-08-01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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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반도’ 이정현 “롤러코스터와 같은 인기는 내려놓고 할 일에 최선을 다할 뿐”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요했던 극장가의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반도’가 손익분기점을 넘어 개봉 14일째 3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운 가운데 이 영화에 참여한 이정현은 기쁨을 감출 길이 없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관객 동원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 하지만 개봉 첫날부터 심상치 않은 기록을 세우자 그는 “관객 수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 다들 이 시기에 영화를 개봉시킨다는 것에 많은 걱정을 했는데 ‘반도’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린다”라며 “더불어 이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이들이 많아져서 극장가도 간만에 활기를 찾는다 하니 너무 기쁘다”라고 말했다.

‘반도’에서 이정현은 ‘부산행’으로부터 4년이 지난 폐허가 된 ‘반도’에서 두 딸과 함께 하루하루 생존을 하고 있는 엄마 ‘민정’ 역을 맡았다. 오래 전부터 ‘좀비’에 대한 흥미가 높았던 이정현은 연상호 감독의 전작 ‘부산행’을 수 번이나 봤을 정도였다. 그러니 연상호 감독에게 연락이 왔을 때는 누구보다 기쁠 수밖에 없었다.

“2012년에 KT올레 단편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았던 적이 있어요. 그 때 연상호 감독님이 ‘부산행’을 준비 중이셨는데 ‘좀비 엄청 좋아한다’고 말씀을 드린 적이 있어요. 그 외에는 별다른 인연은 없었는데 어느 날 ‘민정 역을 좀 해달라’고 전화를 하셨어요. 너무 믿기지 않았고 정말 기뻤어요. 시나리오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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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에서 액션과 모성애 연기를 펼쳐야 했다. ‘명량’, ‘군함도’ 등에서도 역경을 딛고 강인한 힘을 발휘했던 이정현은 ‘반도’에서 주체적이고 여전사 같은 엄마 역할을 맡아 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간다.

그는 “액션 영화를 찍으면 현장에서 새로운 것을 많이 요구한다고 들었다. 보통 영화 촬영 현장은 여러 장면을 많이 찍어두고 가장 좋은 것을 넣어 편집하는 게 일반적인데 연상호 감독님은 그런 것이 하나도 없었다. 뭘 찍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계셔서 불필요한 장면은 단 하나도 찍지 않으셨다. 그래서 그런지 촬영도 굉장히 빨리 마치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성애 연기에 대해 “조카가 8명이 있는데 내가 기저귀 갈면서 지냈다. 그래서 이레와 예원이를 봤을 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또 아이들이 정말 너무 대단했다. 처음부터 ‘엄마’라고 하며 따라다녀서 정말 내 딸들이라고 생각하며 연기를 했다”라며 “촬영 쫑파티 할 때 아이들이 내 노래인 ‘줄래’를 부르며 장기자랑도 했다. 우리 영화 촬영장의 비타민 같은 아이들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최고의 흥행작으로 손꼽혔던 ‘반도’였지만 그 누구 하나 흥행을 예상하지 못한다. 특히 ‘코로나19’사태는 더더욱 그랬다. 이것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묻자 이정현은 “내 인생이 워낙 롤러코스터와 같은 삶을 살아서 이제는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내려놓게 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꽃잎’(1996)으로 큰 화제에 오르다가 또 인기 하락세가 있었고 가수로 인기의 정점을 찍다 하락세를 겪고 한류가 시작돼서 다시 관심을 받다가 점점 인기가 사라지는 등 이런 것이 반복이 되면 정말 심적으로 힘들어요. 그러다 보면 점점 인기나 관심 등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게 돼요. 저는 그냥 제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정말 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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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 이정현이 마음을 다스리고자 시작한 것은 바로 ‘요리’였다. 평소 음식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을 너무 좋아했고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집에서 따라해보며 요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에 출연해 전문가 못지 않은 요리 실력을 선보이며 큰 화제를 이끌었다.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이연복 셰프 등도 그의 실력을 인정하며 감탄했다. 또한 최근 요리책까지 출간돼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편스토랑’에 출연을 권한 것은 연상호 감독이었다고.

이정현은 “예능에 대한 두려움이 좀 있었는데 ‘반도’ 막바지 촬영 때 연상호 감독님께 출연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연 감독님이 ‘안 할 이유가 있을까요?’라고 하시더라. 요즘 예능 프로그램들 너무 좋다며 꼭 출연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도 ‘편스토랑’에 출연한 건 잘한 일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배우와 가수 생활로 보여드렸던 이미지는 센 편이라 제가 집에서 밥 하고 설거지 할 줄은 아무도 모르셨나봐요. 그런 모습이 신기하셨는지 많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어요. 책을 낸 것도 주부님들의 요청이 많았기 때문이었어요. 연기 생활을 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을 계속 나올 수는 없어서 책으로 제 비법을 남기는 것이 좋을 것 같았어요. 책도 생각보다 큰 사랑을 받아서 감사해요. ‘남편이 오늘 제 된장찌개가 맛있다고 하더라’는 후기를 보면 되게 뿌듯해요.”

‘반도’가 끝나고 이정현의 스크린 활동은 계속된다. 9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 개봉을 앞두고 있고 현재 문정희, 진서현 등과 함께 ‘리미트’ 촬영 중이다. 이정현은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 연기에 대한 욕망이 항상 있어서 작품 활동을 놓지 않고 싶다”라고 말했다.

“영화가 크고 작고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상업영화든 독립영화든 캐릭터와 시나리오가 좋으면 언제든 참여할 각오가 돼 있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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