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앤드마크
[DA:인터뷰] “연기 잘하고 싶다”던 3년 전의 장영남, 이렇게 놀라게 하다니
3년 전에 만났던 배우 장영남은 인터뷰 중에 “연기를 정말 잘 하고 싶다”라며 울음을 터트린 적이 있었다. 마치 수학을 풀 때 오답을 쏟아놓는 것처럼, 자신의 연기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있다고 하며 눈시울을 적시었다. 그런데 그런 부담감을 조금은 털어놔도 되지 않을까 싶다. 종영한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번뜩이는 눈빛과 미소로 그야말로 ‘반전 드라마’를 이뤄냈으니 말이다.
‘기승전도희재’라고 표현을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청자들에게 ‘제발 발연기를 해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장영남은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였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장영남은 자신의 역할에 반전이 있을지는 알았지만 이 정도일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게다가 ‘히든 카드’를 아무도 보이지 않게 움켜쥐듯 박행자 수간호사를 연기할 때는 그 누구도 그가 서예지(고문영 역)의 엄마 도희재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게 해야 해서 고충을 겪어야 했다고 전했다.
“차에서 ‘클레멘타인’을 부르며 고문영 엄마라는 게 밝혀졌을 때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요. ‘임금님은 당나귀 귀’ 외치는 기분이랄까. 그 전까지는 얼마나 걱정됐는지 몰라요. 수간호사로 보여준 시간이 절반이 넘어섰는데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으니 어떻게 될지 조마조마하더라고요. 정말 강한 충격을 주고 싶었는데 효과가 없을지 걱정이 됐거든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사이코패스 연기를 위해 유영철, 강호순, 엄여인 등을 참고했다고. 장영남은 “도희재 캐릭터는 ‘엄여인’에게서 모티브를 많이 얻었다.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할 때 40점 만점을 받았다고 하더라. 얼굴도 예쁘장하게 생겨서 말도 참 잘하는 사람이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 내면에는 어두운 면이 있었던 게 아닌가. 박행자가 그렇게 살진 않았을지 생각하며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악역을 맡았던 점에 대해 “반전의 캐릭터를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이루게 돼서 정말 좋았다. 배우야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경험을 해보는 직업이라지만 이런 캐릭터를 또 다시 하게 될 가능성이 별로 없을 것 같았다”라며 “나로선 고무적인 일이다. 그리고 악역을 하게 되면 억눌렸던 감정이 해소가 된다. 사이코패스처럼 분노하진 않지만 그래도 살다 보면 화가 나는 일이 있지 않나. 연기를 하며 화를 내면 나름 스트레스가 풀린다”라고 덧붙였다.
장영남은 함께 연기를 했던 배우 서예지와 김수현에 대해 칭찬을 하기도 했다. “김수현, 서예지를 볼 때마다 식구들이 ‘어떻게 저렇게 잘생기고 예쁘지?’라고 하더라”는 장영남은 “두 사람은 외모만 멋질 뿐 아니라 마음가짐이나 행동에서 어디 하나 나무랄게 없었다”라고 극찬했다.
“서예지 같은 경우는 소리를 지르거나 감정이 워낙 들쑥날쑥해서 연기하기가 참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도 제가 촬영이 있는 날이면 제가 먼저 찍게 배려를 하더라고요. 주연배우로서 열정이나 에너지, 그리고 책임감이 남달랐던 배우였어요. 김수현은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주변 배우나 스태프들이 힘을 내게 해줘요. 또 연기를 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변하고요. 왜 톱스타가 됐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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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남은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통해 배우로서, 엄마로서, 한 사람으로서 성장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를 하는, 엄마로 사는, 한 사람인 장영남이 각각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하는 것 같다”라며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변수가 있지 않은가. 우리가 이 변수들을 맞이할 때 희망만 갖고 가는 게 아닌 고통스러운 순간을 극복해야함을 느꼈다. 그게 성장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영제인 ‘It is Okay to not be Okay’(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처럼 스스로를 토닥이며 살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영남은 “불편한데 안 불편한 척하고 안 웃긴데 웃긴 척하며 사는 게 우리 인간이 아닌가. 우리는 사회로 나올 때 ‘척’하는 순간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라며 “나로 온전히 있을 때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며 스스로 토닥거릴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 같은 삶속에서 우리는 계속 위로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진짜 행복은 내 안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화제성은 꽤 컸다. TV가 아닌 넷플릭스나 다시보기 등으로 보는 시청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는 방식이 변화하지만 작품의 흥행 여부는 늘 시청률이기에 배우로서 아쉬움도 많을 것 같았다. 이에 대해 장영남은 “물론 시청률이 높은 작품들은 대부분 재미있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에도 그것이 작품의 절대적인 평가기준이 되고 자신조차 시청률에 타협하는 모습에 속상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보이는 게 중요한 시장이기도 하지만 시청률이라는 결과가 작품을 만드는 수고의 과정을 무색하게 하는 것은 아쉬워요. 배우인 저도 참 고민이 많은 부분이에요. 길들여졌다고 할까요? 작품성을 따지다가도 시청률이 잘 나와한다는 고민을 하죠. 안타까운 지점이기도 해요.”
장영남의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음 작품에 들어가기 전 그는 무용과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내 관절 괜찮을까?”라며 웃으며 말해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픈 그의 열망이 간절하게 느껴졌다.
“늘 연기에 의존하고 해답을 찾으려고 하는데 그걸 못 찾으면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았거든요.그러다 보니 쌓이는 에너지는 하나 없이 빠져나가는 것 같아서 새로운 무언가로 채워 넣고 싶은 마음이 커요. 어렵겠지만 몸을 움직이고 목소리를 뱉다보면 내가 갈구하는 질문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롭게 힘을 내서 연기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