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런 온’의 기류를 이끈 건 당연히 오미주 역의 신세경과 기선겸 역의 임시완이었다. 누가 봐도 예쁘고 잘생긴 이 두 주인공이 보여준 담백한 로맨스는 ‘런 온’의 색깔이자 이 작품이 추구하는 기조이기도 했다.
“작품을 함께 만드는 모든 이들이 우리의 작품인 ‘런 온’을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정말 즐거운 6개월을 보냈던 것 같아요. 특히, 미주 같은 캐릭터가 누군가를 향한 애정을 키워 나가면서 그 애정 때문에 자꾸만 하찮은 지점을 드러내는 게 참 재미있었어요. 이러한 흐름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연기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미주를 하찮게 만드는 지점은 불우한 성장 배경도. 날카로운 세상 잣대도 아닌 기선겸을 향해 무럭무럭 자라나는 애정이라는 점을 잘 살리고 싶었어요.”
이처럼 신세경은 오미주에게, 오미주는 기선겸에게 애정을 드러내며 ‘런 온’의 명장면을 만들어 냈다. 신세경은 ‘런 온’의 기억에 남는 명장면을 묻자 “한 장면만 꼽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고르자면 2회 포장마차 신이죠. 드라마 방영 전, 편집실에 놀러 가서 그 신을 처음 봤을 때의 두근거림이 잊혀지질 않거든요. 화면상으로는 마치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아주 여유 있고 몽글몽글해 보이지만 막상 촬영 때에는 느닷없이 내리는 비를 피하며 급히 찍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대사량도 많고, 몹시 중요한 신이라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편집된 내용을 보았는데 썸 타는 남녀의 설렘이 그대로 담겨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이후 신세경은 선겸이 달리기를 그만두기로 선택한 3부 엔딩과 미주의 취중 고백 신 등을 명장면 중 하나로 언급했다. 그는 이런 명장면들 속에 함께한 기선겸 역의 임시완을 “섬세하고 똑똑한 배우”라고 평가했다.
“(임)시완 오빠는 항상 저에게 야무지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오빠가 훨씬 더 야무지고 부지런해요. 끊임없이 노력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요. 동선이나 대사 타이밍 등에서 상대 배우가 어떤 지점에서 불편한지, 무엇을 어색하게 느끼는 지를 귀신 같이 캐치해 리허설을 마치고 난 후 꼭 제게 괜찮은지 먼저 물어봐요. 딱히 티를 내는 것도 아닌데, 보통의 섬세함으론 그렇게 못하지 않을까 싶어요.”
신세경은 또한 촬영현장에서 임시완에게 받은 도움을 언급하며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그는 “기선겸 덕에 오미주도 빛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같이 논의하고 합을 맞추는 과정들 속에서 크게 도움을 받은 것은 당연하고, 일단 시완 오빠가 굵은 가닥으로 땋아온 기선겸이라는 캐릭터가 단단하고 빈틈이 없었기 때문에 오미주도 함께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또, 반년의 일정을 함께 완주해 낼 동료로서 함께 하는 배우들에게 넘치는 응원과 격려, 간식, 핫팩 등을 끊임없이 보내주었다는 것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알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작가님이 짜 놓으신 선겸과 미주의 서사가 워낙 촘촘하게 탄탄했고 감독님이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시는 점도 두 사람의 몽글몽글한 케미가 완성된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나무 엑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