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박신혜, 그런데도 불안하지 않은 이유
조승우에게 박신혜의 의미가 아로새겨졌다. 그들 앞에 어떤 미래가 놓여있다고 한들 두렵지 않은 이유였다.JTBC 10주년 특별기획 ‘시지프스: the myth’(극본 이제인 전찬호 연출 진혁, 약칭 ‘시지프스’)의 천재공학자 한태술(조승우)에게 구원자 강서해(박신혜)의 존재는 특별하다. 배신과 저격으로 얼룩진 인간관계 속에서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미래에서 온 서해 뿐이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자신의 미래를 훤히 내다보는 서해를 불신했고, 알지도 못하는 서해와의 설명할 수 없는 결혼사진은 그녀를 향한 반감을 키웠다. 부산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서해에게 감사의 인사는 커녕, ‘스토커’ 취급했던 까닭이었다. 게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이 여자는 자신을 지켜 세상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단속국이니, 시그마(김병철)니, 대한민국 멸망이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각자의 길을 가자며 선도 그어봤지만, 항상 끝은 둘이었다.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분모는 태술이 서해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봤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녀를 향한 깊은 연민과 함께 태술의 감정이 동요했고, 대단하지도 않은 자신을 구하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갖은 고초를 겪어내는 서해의 모습은 결국 ‘과거, 현재, 미래를 통틀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관계로 뻗어나가게 했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숱한 위기들을 헤쳐온 태술과 서해는 서로가 서로의 곁을 지키고 있다. 특히 서해가 위험에 처했을 때, 태술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향해갔다. 단속국에 붙잡혀 끌려간 서해 때문에 망설임 없이 적진으로 걸어 들어갔고, 머리에 단속국의 총이 겨눠진 상황에선 서해를 먼저 뒤로 숨겼다. 단백질 분해 주사를 맞고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어루만지는 태술의 눈빛 하나와 손끝 하나하나엔 애틋한 진심이 꽉 눌러 담겨 있었다.
서해가 시공간을 떠돌며 점차 분해되고 있는 극강의 위기 속에도 불안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젠 내가 걔를 잃고 싶지 않거든”이라는 태술에게선 서해를 반드시 원상태로 돌려 놓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엿보였다. 24일 공개된 스틸 속 한태술의 눈빛은 이러한 믿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정신을 잃은 서해의 뺨을 어루만지며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고, 백방으로 뛰어서라도 그녀를 살리겠다는 마음 역시 쉽게 꺾이지 않을 듯하다. 특히 용도를 짐작할 수 없는 기계를 머리에 장착한 채 서해를 바라보고 있는 태술의 눈은 많은 절절한 감정까지 더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한태술의 구원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시지프스’ 11회는 24일 수요일 밤 9시 방송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