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안성기→윤유선, 저예산 ‘아들의 이름으로’에 담은 진심 (종합)

입력 2021-04-28 16: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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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현장] 안성기→윤유선, 저예산 ‘아들의 이름으로’에 담은 진심 (종합)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새로운 영화가 나왔다. 그때 그 시절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사람들’을 덤덤하게 조명한 작품.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의 ‘오늘날’을 담은 ‘아들의 이름으로’가 극장에 찾아온다.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기자간담회. 이날 영화 시사 직후 진행된 행사에는 출연 배우 안성기 윤유선 이세은 그리고 이정국 감독이 참석했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오채근’(안성기)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다. 5·18 민주화운동을 조명한 영화로 이정국 감독이 데뷔작 ‘부활의 노래’(1990) 이후 30년 만에 같은 소재를 그린 작품이기도 하다.


이정국 감독은 “데뷔작 때는 형식적으로도 내용에서도 아쉬워서 부끄러웠다. 최근 10년 전부터 다시 광주에 관심을 가지고 증언록을 읽었고 다시 한 번 언급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며 “큰 작품을 준비했다가 이번에 현재의 관점에서 광주를 다뤄봐야겠다 싶었다. ‘왜 그 당시 책임자들은 반성하지 않는가’에서 출발한 영화다. ‘반성하지 않는 사람은 살 가치가 없다’ ‘악행의 고백은 선행의 시작’이라는 명언을 바탕으로 영화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저예산 영화임을 강조하면서 안성기의 캐스팅은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 예산이 많지 않아서 큰 배우 잡기에는 개런티가 부족해서 생각도 못했다. 누가 안성기 선생님이 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하더라. 안면은 있지만 친하진 않아서 해주실까 싶었다”며 “대본을 보냈는데 바로 연락이 오더라. 시나리오를 잘 보셨다면서 관심을 표하셨고 예산도 적은데도 괜찮다고 하더라. 원래 캐스팅이 된 배우는 다른 작품을 하게 돼 못 하게 됐는데 전화위복이 됐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안성기는 “5·18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어떤 주제를 갖더라도 작품이 가진 진정성과 완성도가 있으면 당연히 한다. ‘아들의 이름으로’도 그런 느낌이 와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오채근의 복수를 위해 한 신 한 신 감정을 쌓아가려고 노력했다는 안성기. 그는 액션신 비하인드도 언급했다. 1대 다수로 학교폭력 가해자 등을 단숨에 제압하고 무등산을 수차례 오르는 연기를 소화한 안성기는 “힘들지 않았다. 평소에 체력 관리를 잘해서 괜찮았다”며 “액션이 짧지만 상당히 중요한 신이라고 생각했다. 임팩트가 있어야겠다 싶어서 나름 했는데 괜찮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윤유선과 이세은도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윤유선은 “시나리오에 따뜻한 드라마가 있어서 출연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5·18 민주화운동을 잘 몰랐다. 워낙 내가 어릴 때 있었던 일이었고 크고 나서도 오해가 많았다. 미얀마 뉴스를 보면서 사실 저런 상황이었는데 우리가 모르고 오해한 부분이 있지 않나 싶더라. 미안한 마음도 들고 마음도 아팠다. 연기자로서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고백했다. 이세은은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많은 영화가 있지만 ‘아들의 이름으로’는 생활에 밀착된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터치하는 스토리의 힘이 매력적이었다. 여러 선배님들과 함께한다는 것으로 출연 자체가 영광이었다. 열심히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극 중 국가폭력의 피해자 진희를 연기한 윤유선은 “그 아픔 속에서 계속 살고 있을 수는 없지만 가볍게 표현할 수도 없었다. 피해자 분들은 흐르는 물처럼 자연에 순응하듯이 오히려 밝게 살고 있으시더라. 그럼에도 그 안에 아픔이 있었다. 정도 많고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크더라. 어둡게만 표현하진 않으려고 했다. 밝고 씩씩하게 삶을 살아내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실제로 대부분 광주 현지에서 촬영했다. 연기자가 아닌 현지 주민들도 다수 출연했다. 이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아들을 찾으러 다니는 분도 광주에 사는 평범한 할아버지도 식당 주인 아주머니도 실제로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이다. 이외에도 광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한 영화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안성기도 “정말 많은 광주 시민들이 참여해주셨다. 지금까지 영화하면서 일반인들이 그렇게 많이 참여한 건 처음이었다. 병원과 식당 등을 많이 제공해주셔서 촬영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70대 안성기와 50대 윤유선 그리고 40대 이세은은 각 세대에게 ‘아들의 이름으로’가 지니는 의미도 되짚었다. 우리 모두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한 마음 한 뜻을 전했다.

안성기는 “그 아픔과 고통은 아직도 이어져 오고 있다. 어떻게든 짚고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기성세대의 몫만은 아니고 우리 젊은층도 함께 가져야할 것이다. 아픔과 고통을 함께 이겨내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유선은 “나도 사실 잘 몰랐다. 지금의 젊은층도 역사를 알고 관심을 가져야 앞으로의 희망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몰라서 오해하고 서로 서운하고 미워하며 극단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 벽이 허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우리 영화가 서로의 상처를 아우르고 서로를 알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세은은 “1980년에 태어났다. 민주화 운동을 잘 알지 못하는 간접적인 세대다. 우리 영화는 그 당시 어떤 장면을 재현한다기보다는 그 분들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 힘든 시간을 이겨내 지내고 있는지 초점이 맞춰졌다. 우리 세대와 후배 세대들이 느끼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5월 12일 개봉 예정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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