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성기 “노개런티? 시나리오가 날 움직였다”

입력 2021-05-0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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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성기가 12일 개봉하는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에 주연과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이 “마음에 울림을 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엣나인필름

건강이상설 딛고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개봉 앞둔 안성기

5.18 광주의 아픔은 아직도 진행중
풀리지않은 것들 젊은세대 알아야
의상·분장 담당 없어 열악했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기억에 남더라
이른 오전 시간이어서인지 목소리는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 항간에 떠돈 건강에 대한 우려가 떠올랐지만, 온라인 화상인터뷰 카메라에 내비친 얼굴은 말끔했다. 이전의 건강한 모습 그대로였다. “컨디션이 아주 좋다”며 활짝 웃는 표정에선 예의 주름의 매력이 고스란했다.

‘국민배우’ 안성기가 그렇게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를 과시하며 6일 오전 취재진을 만났다. 5살의 나이에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한 뒤 64년을 영화 현장과 함께해온 안성기는 12일 개봉하는 ‘아들의 이름으로’(감독 이정국·제작 영화사 혼)를 새로운 주연작 목록에 올려놓는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또 다른 피해자로서 세월이 흐른 뒤 젊은 아들과 나눈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걸고 결의의 길에 나서는 인물을 연기했다. 그로서는 2007년 ‘화려한 휴가’에 이어 다시 한번 광주의 아픔을 전하게 됐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한 장면. 사진제공|엣나인필름




- 또 다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을 선택했다. 부담이나 어려움은 없었나.

“영화가 저예산 작품이어서 현장이 그렇게 막 활기차게 돌아가지는 못했다. 전부 힘을 모아서 만든 영화라 좀 더 기억에 남고, 추억에 남는 영화가 됐다.”


- 최근 광주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진행했다.

“작년에도 한 차례 시사회를 했다. 영화가 끝나고 나니까 우시는 분들이 많았다. 행사 사회자도 계속 울면서 진행했다. 끝난 일이 아니구나, 슬픔이 계속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도 실제 광주시민들이 많이 참여했다. 그 당시 겪었던 분도 계시고. 그런 사실감도 조금 더 보태서 좋지 않았나 싶다.”

안성기는 5·18 당시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을 촬영 중이었다.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됐다”는 그는 “굉장히 비극적인, 우리에게는 힘든 이야기”라며 “지금이나 예전이나 아직도 아픔이 남아 있다”면서 “앞으로도 아마 영화로 계속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엣나인필름


이 같은 책임감 말고도 그는 작품 자체가 주는 울림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작품의 시나리오와 내용이 마음을 움직였다”고 그는 말했다.

“과거 자신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며 아들과 약속을 지키는 그런…, 뭉쳐진 감정이랄까.”

10억원이 채 되지 못하는 제작비 규모의 ‘초저예산’ 영화인 데다 출연료 한 푼 받지 않고 카메라 앞에 나선 까닭이다. 그는 출연료 대신 투자자로 나서 개봉 이후 흥행 성적에 따라 이를 보전받는 방식을 택했다.

“애초에 제작비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정국 감독이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예전에도 그렇게 한 적이 있어서 ‘아니 나한테 이럴 수 있나?’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우를 제대로 못 받는다고 외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주 그냥 부드럽게 시작했다. 투자라고 하니 이상하긴 하지만, 같이 힘을 합친 거다. 의상이나 분장 담당도 없는 등 현장 상황이 상당히 열악했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함께 한 사람들도 떠오르고. 오래 남을 것 같다.”

사진제공|엣나인필름



-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도 인상적이다.

“영화적으로도 중요한 장치이다. 신경을 많이 썼다. 아주 젊었을 때부터 운동을 계속해왔다. 몸이 좀 무거워지는 걸 견디지 못하고, 항상 운동을 해서 몸무게도 늘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다.”


- 영화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1980년 이 사건이 아주 비극적인, 너무나 비극적인 일이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미얀마에서는 아직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풀리지 않은 상태로 있다는 것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모두 반성도 하고 거기에 따른 용서도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젊은 관객과도 소통하려는 그는 최근 ‘미나리’ 윤여정의 아카데미상 수상에 축하를 보냈다. “영화하는 사람으로서는 자랑스럽고 고마워할 일이다. 뭐라고 말해도 모자랄 만큼 축하하고 싶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의 힘과 매력”이 자신을 64년 동안 현장에 있게 했다는 그는 “치매에 걸린 딸과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음 무대로 택했다고 밝혔다. “분명 역량이 있는 영화인”들과 함께 선 현재의 현장에서 “앞으로도 계속하게 할 것”, 그것이 영화임을 그는 역설했다.

안성기의 모습에서 한국영화의 또 다른 미래가 엿보였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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