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전세계 최초 한국서 개봉하는 이유

입력 2021-09-0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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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하는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29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K방역·할리우드 영화사랑 믿는다”

유니버설픽쳐스 “韓, 모범적인 방역”
할리우드 시리즈 대작 지지도 한 몫
적극적인 관람 후기 공유에도 매료
8월31일 수입배급사 유니버설픽쳐스는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9월29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고 밝혔다. 이어 “30일 영국과 10월8일 북미보다 앞선 일정”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5월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도 미국에서보다 한 달 먼저 한국에서 선보였다. 또 같은 달 ‘크루엘라’, 8월 ‘프리 가이’에 이어 1일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등 할리우드 대작들이 한국에서 처음 공개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대부분 영화가 “오후 5시”를 개봉 시점으로 잡았다는 점이다. 왜일까.

“K방역에 대한 신뢰”
한국시각 오후 5시는 미국 동부지역 기준 오전 4시, 서부지역의 오전 1시에 해당한다. 또 유럽지역은 오전 7시이다. 따라서 할리우드 대작의 “오후 5시 전 세계 최초 한국 개봉”은 틀린 말이 아니다. 국내외 시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홍보마케팅의 한 ‘전술’로, 관객 시선을 선점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물론 각 수입배급사는 다른 명분을 앞세운다. 유니버설픽쳐스는 “대한민국 극장과 국민들의 모범적인 방역 사례에 대한 신뢰”를 내세웠다. 다른 수입배급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미국 등 주요 영화시장에서 많은 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대부분 할리우드 대작들이 개봉을 미뤄야 했다. 하지만 한국 극장은 철저한 방역 조치로 꾸준히 영화를 상영해왔다. 특히 극장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에서 할리우드가 이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국 관객의 유난한 ‘영화 사랑’

유니버설픽쳐스는 “한국 관객들의 ‘007’ 시리즈에 대한 뜨거운 사랑에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는 할리우드 시리즈 대작에 대한 한국 관객의 지지와 환호를 가리킨다. 그동안 ‘007’은 물론 ‘어벤져스’, ‘트랜스포머’, ‘미션 임파서블’ 등 할리우드 시리즈 영화가 대부분 한국에서 크게 흥행했다. 대표적으로 ‘어벤져스’ 시리즈는 2019년 1397만여 관객의 ‘엔드게임’을 비롯해 2018년 ‘인피니티 워’(1123만명), 2015년 ‘에이지 오브 울트론’(1050만명) 등으로 힘을 과시했다. 적지 않은 할리우드 대작 시리즈가 한국에서 먼저 선보이는 또 하나의 배경이다.

그러기까지 한국 관객은 SNS 등 온라인을 통해 관람 후기를 적극 공유한다.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입소문이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의 2019년 ‘한국영화 소비자 동향 변화 및 영화 선택과정 분석’ 자료에 따르면 관객은 관람작을 선택하며 내용·줄거리(84%)와 장르(81%), 배우(71%)에 이어 주변인 평가(67%)를 많이 고려했다.

관객은 또 국내 영화시장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탰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올해 2월 내놓은 ‘2020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를 보면 2019년 1인당 영화 관람횟수는 4.37회로, 세계 1위로 알려졌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 영화산업은 16억 달러(1조8576억원, 미국영화협회 2018년 기준) 규모로 성장, 세계 4위로 기록됐다. 그만큼 할리우드에게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전 세계 흥행 여부를 가늠하게 하는 ‘테스트베드’이기도 하다.

▲상영 스크린수 등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앞세워 개봉 첫 주말까지 모든 역량을 쏟아내는 홍보마케팅 전략이 자리 잡은 시장 환경 ▲온라인 관람 후기와 입소문을 빠르고 폭넓게 전파·공유하게 하는 IT기술의 발전 등도 할리우드가 한국으로 가장 먼저 향하는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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