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엘리자벳’ 10주년 공연 캐스팅 라인업이 공개되자, 일각에서 불만을 제기했다. 옥주현과 절친한 배우들 위주로 캐스팅이 진행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이는 그저 일각에서 제기하는 말일 뿐 사실관계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추측에 불을 지핀 게 김호영 인스타그램 스토리 게시물이다. 작성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타이밍은 절묘했다. 김호영은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고 적은 것. 덩달아 옥장판 사진도 함께 올렸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옥장판’을 ‘옥주현’으로 해석하는 게 지배적이었다. ‘엘리자벳’ 캐스팅을 두고 말이 나왔고, 때마침 어떤 의도를 가지고 썼든 아니든 여러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을 김호영이 글로 적으면서 논란에 불을 지핀 것.
이에 대해 ‘엘리자벳’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공식입장문을 통해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기념 공연은 2022 EMK 프로덕션 오디션(2021년 12월 8일 공고)을 통해 엄홍현 프로듀서, 로버트 요한슨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을 포함해 국내 최고의 스태프와 함께 치뤄진 강도높은 단계별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새로운 배우들과 지난 시즌 출연자를 포함하여 VBW 원작사의 최종 승인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로 캐스팅됐다”고 밝혔다.
EMK뮤지컬컴퍼니는 “라이선스 뮤지컬의 특성상, 뮤지컬 ‘엘리자벳’ 캐스팅은 주·조연 배우를 포함해 앙상블 배우까지 모두 원작사의 최종 승인이 없이는 불가하다”며 “각별한 마음으로 10년이라는 오랜 시간 뮤지컬 ‘엘리자벳’을 사랑해 주신 관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한다”고 전했다.
옥주현 역시 거친 발언을 통해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옥주현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뮤지컬 ‘엘리자벳’ 캐스팅 관련해 억측과 추측에 대한 해명은 내가 해야 할 몫이 아니다. 수백억 원 프로젝트가 돌아가는 모든 권한은 그 주인 몫이니 해도 제작사에서 할 거다. 난 무례한 억측 추측을 난무하게 한 원인 제공자들 그 이후의 기사들에 대해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적었다.
옥주현은 “사실 관계 없이 ‘주둥이’(입)와 손가락을 놀린 자는 혼나야지. 해당 업무를 맡고 계신 쪽에서 (문제가 된 글을) 이틀간 캡처 수집해놨다. 다양한 글의 소유주들 서둘러 지우고 명의 바꾸는 수고는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썼다.
이후 옥주현은 20일 서울 성동경찰서를 통해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캐스팅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김호영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영 측도 피소 소식에 입장을 내놨다. 소속사 피엘케이굿프렌즈는 공식입장문을 통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김호영이 14일 자신 SNS 계정에 개인적인 내용을 업로드한 일에 있어 이와 관련해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으로 최초 보도됐고, 이후 무수한 매체에서 추측성 기사를 연이어 보도했다. 이후 옥주현 씨 역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으로만 상황 판단을 했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다. 당사 및 김호영에게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이로 인해 배우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있어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 해당 내용으로 인해 김호영에게 그 어떤 피해가 발생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강경 대응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근거 없는 보도할 경우에도 법적 책임을 묻고자 한다”며 “온라인 댓글을 포함한 모든 악의적인 허위 사실 작성, 배포, 유통, 확산 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느 한쪽 다 양보 없고, 이상하고 과한 말로 사태 진정보다 싸움을 즐기는 모양새다. 타협과 소통은 없었다. 한쪽에서 일방적인 말을 적고 쏟아내면, 다른 한쪽도 또 다른 일방적인 방식으로 대응했다. 누구 하나 침착하게 문제 해결에 나서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자 뮤지컬계에서는 성토의 장이 열렸다. 코로나19 팬더믹으로 한동안 공연계가 어려웠는데, 이제 좀 정상화가 되어가나 싶더니 뮤지컬 배우 간 파벌 싸움하고 있는 것에 대한 성토였다. 남경주, 최정원, 박칼린 등은 공동 성명의 호소문을 통해 옥주현과 김호영 간의 충돌을 우려했다.
이들은 “최근 일어난 뮤지컬계 고소 사건에 대해 뮤지컬을 사랑하고 종사하는 배우, 스태프, 제작사 등 많은 이가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우리는 뮤지컬 1세대 배우들로서 더욱 비탄의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19라는 큰 재앙 속에서도 우리는 공연 예술의 명맥이 끊기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 유지해왔고, 이제 더 큰 빛을 발해야 할 시기이기에, 이런 상황을 우리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배우는 모든 크리에이티브 팀 콘셉트를 무대 위에서 제대로 펼쳐내기 위해서 오로지 자신의 역량을 갈고 닦아야 한다. 뮤지컬 핵심은 무대 위에서 펼치는 배우들 간의 앙상블이기 때문에 동료 배우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배우는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찬사를 대표로 받는 사람들이므로 무대 뒤 스태프들을 존중해야 한다.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된다”고 배우로서의 자세를 지적했다.
그리고 이 호소문은 릴레이처럼 뮤지컬계로 퍼졌다. 그러자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옥주현이 입장을 적었다. 옥주현은 24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최근 작품(뮤지털 ‘엘리자벳’) 캐스팅 문제에 관한 논란에 휩싸이면서 내가 뮤지컬 업계 동료 배우를 고소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뮤지컬 배우 선배들 호소문을 읽어봤다. 나 역시 뮤지컬을 사랑하고 아끼며, 17년간 뮤지컬에 몸을 담은 한 사람으로서 나를 둘러싼 의혹과 그것을 해명하려는 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했음을 깨달았고 반성했다”고 적었다.
⠀
옥주현은 “뮤지컬 업계의 종사자들과 뮤지컬을 사랑하시는 관객들을 비롯해 이 일로 불쾌감을 느끼신 모든 분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사과한다. 그리고 소송과 관련해 발생한 소란들은 내가 바로잡도록 하겠다”며 “앞으로는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는 선배들 말을 되새기며, 늘 그래왔듯이 연기와 노래를 통해 뮤지컬을 사랑해주는 모든 분에게 내 진심을 전하겠다”고 썼다.
옥주현은 “마지막으로 나느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공연 캐스팅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디션을 통해 본인의 실력을 인정 받은 배우들이 폄하되지 않기를 바한다. 캐스팅과 관련한 모든 의혹에 대해 공연 제작사에서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히 밝혀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이번 일로 우려와 걱정을 보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더불어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에게도 다시 한번 사과한다”고 사과했다.
이제 남은 것은 김호영 입장뿐이다. 갈등 봉합은 양측이 서로 곡해하는 마음을 접고 소통하고 타협하고 화해할 때 이루어진다. 과연 두 사람 갈등은 잘 마무리될 수 있을까.
● 다음은 옥주현 SNS 전문
안녕하세요. 옥주현입니다.
⠀
최근 작품 캐스팅 문제에 관한 논란에 휩싸이면서 제가 뮤지컬 업계 동료 배우를 고소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에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
뮤지컬 배우 선배님들의 호소문을 읽어보았습니다. 저 또한 뮤지컬을 사랑하고 아끼며, 17년간 뮤지컬에 몸을 담은 한 사람으로서 저를 둘러싼 의혹들과 그것을 해명하려는 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했음을 깨달았고 반성했습니다.
⠀
뮤지컬 업계의 종사자분들과 뮤지컬을 사랑하시는 관객분들을 비롯하여 이 일로 불쾌감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소송과 관련하여 발생한 소란들은 제가 바로잡도록 하겠습니다.
⠀
또한 앞으로는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는 선배님들의 말씀을 되새기며, 늘 그래왔듯이 연기와 노래를 통해 뮤지컬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제 진심을 전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저는 뮤지컬 '엘리자벳'의 10주년 공연 캐스팅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디션을 통해 본인의 실력을 인정 받은 배우들이 폄하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캐스팅과 관련한 모든 의혹에 대해 공연 제작사에서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히 밝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이번 일로 우려와 걱정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더불어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도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