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예외와 관습’, 관객이 배심원으로 공연 참여

입력 2022-07-18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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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김명집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연극 ‘예외와 관습’이 관객을 만난다.

연극집단 반의 34회 정기공연으로 마련된 연극은 21일부터 8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씨어터 쿰에서 공연된다. 연극이지만 노래와 움직임을 적극 활용했다. 주요 배역인 상인과 길잡이, 쿨리 뿐 아니라 7명의 코러스까지 등장해 다양한 노래와 움직임을 선보인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연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가미된 부분이다. 브레히트의 원작 희곡에 나오는 시 형태의 대사에 박진규 음악감독이 곡을 붙여 노래로 완성했다.

관습에 충실한 상인이 길잡이, 짐꾼인 쿨리와 함께 사막을 건너는 내용이다. 상인은 길잡이와 쿨리를 고용한 고용주이고, 길잡이는 노조에 가입돼 어느 정도 신분이 보장된 고용인이다. 반면 쿨리는 노예제도가 폐지된 이후 부족해진 노동력 충당을 위해 인도와 중국 등에서 데려온 인력으로 저임금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한 일을 하는 최하층 고용인이다.

각기 다른 신분의 상인과 길잡이, 쿨리는 최대한 빨리 우르가에 도착해야 한다. 상인이 석유사업 계약을 따내려면 경쟁자들보다 빨리 우르가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더 좋은 성과를 위해 하위 계급을 착취해야 한다는 ‘관습’에 충실한 상인은 쿨리를 인간적으로 대하는 길잡이에게 불만을 갖게 돼 여행 도중 해고한다.

쿨리와 단 둘이 위험한 사막 여행에 나선 상인은 쿨리에게 모진 학대를 가해 여행 속도를 계속 높인다. 결국 길을 잃고 물까지 떨어져 큰 어려움에 빠진 상인은 숨겨 놓았던 물을 자신에게 나눠주려 다가오는 쿨리를 죽이고 만다. 상인에게 모진 학대를 하고도 자신의 물을 나눠주려 한 쿨리의 ‘예외’적인 모습을 ‘관습’에 충실한 상인이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생긴 사고다. 결국 상인은 재판을 받게 된다.

극 후반부에 재판이 시작되면서 관객은 배심원이 돼 재판에 관여해야 한다. 재판부 주도로 상인과 여러 증인들이 들려주는 사건의 전모를 듣고 유죄와 무죄를 직접 판단해 투표할 수 있다. 재판에 관객들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설정은 희곡 원작에는 없다. 연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결말에 더 큰 울림을 만들어내기 위해 만들어낸 장치다.

사진제공 | 김명집 작가


2011년 제32회 서울연극제 연기상, 2014년 제3회 셰익스피어 어워즈 남자연기상, 2019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자랑스런 연극인상을 수상한 장용철이 상인 역할을 맡아 극을 주도한다. 상인 역할로 더블캐스팅 된 김천, 길잡이 역할의 공재민, 쿨리 역할의 송현섭 등도 공연에 깊이를 더한다.

코러스로 등장하는 김진영, 이가을, 송지나, 유지훈, 차지예, 박양지, 박성제 등도 노래와 움직임으로 연극을 다채롭게 만든다. 동시에 재판관, 유가족, 숙박업소 사장 등의 다양한 조·단역 캐릭터를 소화해 낸다.

연출을 맡은 김지은 연극집단 반 대표는 “20년 전에도 ‘예외와 관습’을 무대에 올려 관객들이 직접 유·무죄를 투표해 평결을 냈었는데 20년이 지난 현재의 관객들은 얼마나 다른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또 “브레히트 희곡은 계급사회가 공고하던 시기에 집필됐지만,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요즘 한국 사회에도 많은 생각할 점을 준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더 많은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어 최대한 쉽게 풀어내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연극은 평일은 7시 30분, 주말에는 4시 공연으로 매주 화요일은 쉰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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