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공개된 미국 넷플릭스 시리즈 ‘엑스오, 키티(XO, Kitty)에서 주인공 키티의 남자친구 대(Dae)를 열연한 최민영. “그냥 한 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뛰어든 글로벌 오디션에서 당당히 주연을 거머쥔 그는 단숨에 전세계가 주목하는 배우가 됐다. 2012년 10살에 뮤지컬 ‘구름빵’을 계기로 데뷔한 지 11년 만이다.
“접수기한 마지막 날로 기억해요. 2021년 12월 31일 밤 10시, 마감 한두 시간을 앞두고 지원한 작품이었어요. 막연하게 할리우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가까운 미래의 목표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선뜻 마음을 먹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 역할을 해보고 싶다’ 보다는 ‘할리우드 오디션 과정을 경험해보자’는 목표로 지원했다가 합격해 얼떨떨한 기분이었죠.”
‘엑스오, 키티’는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전작 주인공 라라 진의 여동생 키티(애나 캐스카트)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키티가 장거리 연애 중인 남자친구 대가 다니는 한국 기숙학교이자 돌아가신 엄마의 모교로 오면서 겪는 러브 스토리를 그렸다. 지난달 공개된 직후 미국 1위를 비롯해 브라질, 멕시코, 뉴질랜드, 필리핀, 스웨덴 등 49개 국가에서 1위를 기록했다.
“주변에서 축하도 많이 해주셨어요. 감사했고, 기분 좋았어요. 조금 아쉬운 건 작품이 공개될 때 친구들과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기쁨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개인 일정도 있었고, 공개 며칠 전 넷플릭스 홍보 일정이 끝나서 모두 각자 나라로 돌아간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룹 통화하면서 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엑스오, 키티’는 미국 작품이지만 서울을 배경으로 했고, 촬영도 한국에서 진행됐다. 최민영을 포함한 배우들은 수개월 동안 한국 호텔에서 합숙하듯 함께 시간을 보냈다. 가벼운 스몰 토크조차 어려웠다는 최민영은 원어민(?) 배우들과의 소통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을 키웠다고 털어놨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캐나다에서 1년 거주한 경험은 있지만 너무 어릴 때라 영어를 다 까먹었어요. 그때의 경험에서 얻어온 건 발음이 조금 익숙하다는 것,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오디션에 지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디션 볼 때까지만 해도 많이 긴장했고 말문이 막혔는데 친구들과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덕분에 많이 배웠어요.”
최민영은 ‘엑스오, 키티’ 속 관계성처럼 현실에서도 배우들과 기숙사 친구들처럼 친하게 지냈다고 밝혔다. 도움을 받은 만큼 그 역시 친구들을 도왔고, 한국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한국말로 자기소개를 하는 법, ‘수고하셨습니다’ 등의 촬영장 용어, 택시 부르는 법, 배달 음식 주문하는 법 등 주로 생활밀착형이었다. 최민영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노래방의 추억을 꼽았다.
“다같이 노래방에 몇 번 갔는데 애들이 정말 잘 놀더라고요. 노는 무리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한국에서는 혼자 부르는 노래도 많이 하잖아요. 해외 친구들은 다같이 부르더라고요. 다같이 팝송도 부르고 케이팝도 불렀어요. 한 번은 스태프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한 분이 ‘강남스타일’을 부르셨는데 분위기가 압도적이었어요. 저요? 뭘 부를까 고민하다 숀 멘데스의 ‘머시(Mercy)’를 불렀어요. 애나와 ‘겨울왕국’ OST ‘러브 이즈 언 오픈 도어(Love Is an Open Door)’도 같이 불렀고요.”
‘엑스오, 키티’가 시즌2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끝난 가운데 최민영은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너무 열려 있다 보니 깊이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키티와 대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엑스오, 키티’를 계기로 활동 반경을 아주 많이 넓히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국가나 지역으로 한정되지 않고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것을 해보고 싶어요. 새로운 언어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역할이나 장르가 될 수도 있겠죠. 특별히 어떤 나라의 작품을 해보고 싶다기보다는 해보지 않은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코미디도 좋고, 작가주의적 영화도 좋고요. 축구를 워낙 좋아해서 축구 관련된 건 뭐든지 다 좋아요.”
‘엑스오, 키티’가 공개된 지 2주 지난 지난달 31일에는 최민영의 첫 장편 영화 ‘드림팰리스’도 극장 개봉했다. ‘드림팰리스’는 남편의 목숨값으로 장만한 아파트를 지키려는 두 여자의 고군분투를 담은 소셜 리얼리즘 드라마로, 아파트 미분양 사태 등 시의적인 사회 이슈를 첨예하게 조명했다. 최민영은 혜정(김선영)의 아들 동욱 역을 소화했다.
“장편 영화에서 주인공을 하는 것도 목표 중에 하나였는데 ‘드림팰리스’를 통해 이뤘어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때 처음 봤는데 큰 스크린으로 제 얼굴을 보니까 느낌이 조금 다르더라고요. 너무 좋았어요. 아주 오랜만에 찍은 영화였고 첫 장편 영화라 많이 애정이 많은 작품이에요. 앞으로도 더 많은 영화에 제 얼굴을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열심히 해야겠죠. 할리우드 작품 기회가 또 온다면, 또 도전해보고 싶어요. 언제든지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