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유미가 유재선 감독에 대해 아낌없이 칭찬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유미는 22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잠’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봤는데 오랜만에 콤팩트하고 간결한 시나리오를 읽은 것 같았다. 이 글을 쓴 감독님이 궁금해서 뵙고 싶었고, 만났더니 되게 좋으시더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에게 ‘이 영화를 어떤 영화로 그리고 싶냐’고 물어봤을 때 그 표현이 좋았다. 언론시사회 이후 장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나에게는 ‘스릴러 외피를 둔 러브스토리’라고 했다. 그런 표현이 신선했다. 감독님이 어떻게 영화를 찍을지 그 현장도 궁금했다”고 고백했다. 완성본에 대해서는 “찍은 대로 잘 나온 것 같다. 칸 영화제에서 먼저 영화를 봤는데 사운드가 이렇게 중요할 거라고 생각 못했다. 이 영화는 사운드가 굉장히 중요하구나 싶더라. 다시 한 번 신선했던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 연출부 출신인 유재선 감독의 장편영화 입봉작으로 지난 5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바 있다.
정유미는 “유 감독님과 작품을 또 해보고 싶다. 감독님은 되게 곰돌이 같고 순둥순둥한데 영화는 좀 다른 느낌이지 않나. 그런 발상이나 상상력이 너무 신선한 것 같다”며 “다음에 어떤 영화를 찍으실지 궁금하다. 편안한 사이에서 이런 디테일을 만들어내는 게 감독님이 가진 장점이 아닌가 싶다”고 신뢰를 표현했다.
정유미는 ‘잠’에서 매일 밤 잠드는 순간 낯선 사람으로 돌변하는 남편 ‘현수(이선규)’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아내 ‘수진’을 열연했다. 전개가 거듭될수록 점점 피폐해지면서 감정적으로 격해지는 설정의 인물. 정유미는 “내 캐릭터보다는 전체적인 이야기의 톤앤매너를 보고 선택했기 때문에 나의 감정선에 대해서 불안함이나 불편함은 없었다. 드라마나 장편 시리즈를 찍을 때는 그럴 때가 있지만 이번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잠’의 시나리오는 이렇게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제일 컸다”면서 “어떻게 보면 심심할 수도 있는 시나리오인데 이 안에서 감독님이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내 연기에서 불필요한 게 있다 싶으면 명확하게 디렉션을 주시더라”고 밝혔다.
광기 어린 연기에 대해서는 “‘광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반응이 많길래 스스로 조금 아쉬웠다. 더 폭발했어야 했나 싶어서. 좀 더 과감했으면 더 광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고 고백했다.
‘잠’에서 이선균과 부부로 호흡을 맞춘 정유미. 두 사람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첩첩산중’(2009), ‘옥희의 영화’(2010), ‘우리 선희’(2013)에 이어 네 번째 작품 ‘잠’에서 다시 만났다.
정유미는 먼저 홍상수 감독의 촬영 현장에 대해 “회차는 많지 않았지만 테이크를 엄청 많이 간다. 10년 전이긴 하지만 거기서 훈련이 됐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선균 오빠와 호흡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현장에서 말을 많이 안 했다. ‘어떻게 할 거냐’는 이야기 없이 글과 감독님을 믿고 선택했다. ‘잠에서 일상적인 부부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이선균 배우에 대한 믿음이 되게 크다. 오빠가 내가 뭘 해도 받아주더라. 그런 배우를 만나서 연기한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오랜 시간 알고 지내서 편하기도 하다. 나는 항상 첫 촬영에 너무 떨리는데 오빠 덕분에 떨리지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잠’은 9월 6일 극장 개봉해 관객들을 만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