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섭. 사진제공|판타지오
임지섭은 최근 종영한 ‘원더풀월드’에서 어릴 적 펜션 방화 사건으로 인해 가족을 모두 잃고 거친 인생을 살아가는 권민혁 역을 연기했다. 극중 불법도박장을 전전하다 비슷한 삶을 살아온 주인공 권선율(차은우)와 엮이면서 시청자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를 공개한 데 이어 3월 28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에 곧바로 캐스팅돼 쉴 틈 없이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극중 마약에 찌든 17세 소년 코너 머피 역을 맡아 6월까지 무대에 오른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그는 “새로운 도전을 연달아 하게 돼 쉽게 잠들지 못할 정도로 긴장과 설렘을 느끼고 있다. 앞서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칭찬을 내 안에 차곡차곡 담는 계기가 됐다”며 웃었다.
Q. 드라마에 캐스팅된 과정이 궁금하다.
“벌써 1년 전이네요. 아무래도 저의 차가운 이미지를 제작진이 좋게 봐주신 것 아닌가 싶어요. 오디션 때도 ‘강렬하고 날 서 있는 연기가 보고 싶다’는 주문이 있었거든요. 권민혁은 대부분 격앙된 모습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여서 촬영 전부터 감정을 최고치로 끌어올린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했어요. 원래는 감정 기복도 별로 없고, 무던한 성격이라 살면서 이렇게 화내고, 고함쳤던 적이 언제 있나 싶어요. 하하!”
Q. 김남주, 차은우 등과 호흡을 맞췄는데.
“배움의 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촬영 시간 전에 미리 현장에 가서 선배들의 연기를 보기도 했어요. ‘좋은 것을 쏙쏙 뽑아먹자’는 욕심이 절로 들더라고요. 차은우 선배와는 액션 호흡도 맞췄는데 확실히 경험이 많아서 동작에 군더더기가 없었어요. 제게도 ‘팔을 이렇게 뻗어봐’라며 즉석에서 조언을 해줬어요. 덕분에 빨리 촬영이 끝났어요. 현장에서는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각오로 모든 걸 쏟아 부은 것 같아요. 그래서 자유로웠고, 재미있었어요.”
Q. 뮤지컬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평소에도 ‘디어 에반 핸슨’ 노래를 자주 들었어요. 그러다 첫 한국 공연의 오디션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지원서를 써서 냈어요. 당연히 떨어질 줄 알고 소속사에 말도 안 했는데, 오디션에 덜컥 붙어서 깜짝 놀랐어요. 취미인 노래를 무대에서 선보이려니 정말 부담이 커요. 사실은 ‘더 잘 할 걸’하면서 후회하는 날이 훨씬 많아요.”
Q. 중앙대 뮤지컬전공으로 재학 중인데 그 영향도 있나.
“원래는 서경대 모델학과에 다니다가 2022년에 뒤늦게 중앙대에 다시 들어갔어요. 그때 박강현 선배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입시를 준비했는데 이번 무대에서 박강현 선배와 만나게 됐어요. 얼마나 꿈같은지 몰라요. 박강현 선배가 틈틈이 전화를 걸어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긴장하지 말라고 다독여줘요. 늘 걱정만 하는 제게 ‘넌 앞으로 잘할 일만 남았는데 그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야. 부러운데?’라고 농담 섞어 용기를 주곤 하죠. 참 고마워요.”
Q. 최근의 도전들로 가장 크게 변한 점은?
“칭찬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줄 알게 됐어요. 이전에는 선배들이 ‘잘했어’라고 말해줘도 위로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은 뮤지컬의 박소영 연출님이 ‘넌 생각이 너무 많아. 그냥 해! 네가 생각하는 순간 코너 머피가 아니라 임지섭이 되는 거야’라고 조언해줬어요. 그 말에 머리가 깨이는 기분이었죠.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칭찬도 잘 흡수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Q.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지 4년째다. 어떤가.
“모델 활동을 하던 21살 무렵에 주변에서 연기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보니 ‘한번 해볼까?’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정말 내가 연기를 못하더라고요. 노력이 정말 많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오기가 생겼죠. 3분짜리 한 장면을 10초 간격으로 돌려보며 1시간 내내 따라할 때도 있었어요. 지금은 간절한 진심이 가장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저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집중하고 있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6월까지 공연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더 늦지 않게 차기작을 만나 연기를 선보이고 싶어요. 따뜻한 캐릭터, 멜로, 코믹, 망가지는 연기 전부 다 할 수 있어요. 도전하는 것은 두렵지만, 나를 점점 깨나가고 싶어요. 가끔은 그 부담감이란 ‘벽’에 기대어 쉬기도 하면서, 오래 연기할래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