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제’ 아닌 ‘넷국제’…넷플릭스가 점령한 부산국제영화제, 극장 영화 존재감은?

입력 2024-10-0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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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2일 개막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넷국제’란 ‘이상한’ 타이틀을 얻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 최고 화제작으로 등극한 것은 물론, 주요 부대 행사 대부분을 차지하면서다.

2021년 아시아 영화제로선 처음으로 OTT 작품에 문을 연 이후 매년 강화되는 영화제 내 OTT 존재감으로 인해 ‘BIFF’(부산 국제 필름 페스티벌)가 아닌 ‘BIOF’(부산 국제 OTT 페스티벌) 인가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런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부턴 OTT에 ‘안방’까지 내어준 분위기다.

○개막작 ‘전, 란’ 영화제 시작부터 넷플릭스

개막작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꿰찼다. 개막작 ‘전, 란’은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을 맡아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던 액션 사극 영화로 영화제 폐막일인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된다.

국내 최고 영화제 개막작으로 극장 영화가 아닌 OTT 작품이 선정된 것에 대해 일부 영화 제작자들이 ‘쓴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영화제 박도신 부집행위원장은 플랫폼를 넘어 “작품 자체로 판단한 것”이라며 “관객이 얼마나 즐길 수 있는 영화인지에 기준점을 뒀다”고 했다.

‘전,란’ 뿐만 아니다. ‘온 스크린’ 섹션에 소개되는 ‘지옥’ 시즌 2, ‘이별, 그 뒤에도’,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까지 이번 영화제에 소개되는 OTT 작품 7편 중 4편을 넷플릭스가 차지했다. ‘이별, 그 뒤에도’와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 경우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최초’의 일본, 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들이다.

개막작 ‘전, 란’과 화제의 시리즈 ‘지옥’ 시즌2는 주연 배우들이 등장한 가운데, 3일과 4일 영화제 주요 부대 행사인 ‘오픈토크’까지 연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참석한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의 김상만 감독과 주연 배우 박정민, 정성일, 진선규, 차승원, 김신록, 강동원(왼쪽부터).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참석한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의 김상만 감독과 주연 배우 박정민, 정성일, 진선규, 차승원, 김신록, 강동원(왼쪽부터).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포럼 개최부터 대대적 라인업 발표까지

넷플릭스 존재감은 초청작에서 그치지 않았다. 올해부터 아예 부산국제영화제와 ‘인더스트리 파트너’ 계약을 맺고 6일 신진영화감독, 영상 콘텐츠 관계자들을 위한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크리에이티브 아시아 포럼’을 개최한다.

2022년부터 영화제 중심 ‘영화의 전당’ 인근 카페 전체를 빌려 ‘넷플릭스 사랑 방’을 운영해 왔던 넷플릭스는 6일 밤 해운대 영화의 거리에 있는 모 호텔에서 내년 라인업을 소개하는 대규모 행사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 영화’까지 연다.

영화계 침체로 인해 국내 주요 투자배급사들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져온 라인업 행사 규모가 ‘갈수록 작아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이렇듯 해마다 강화되는 넷플릭스의 영화제 영향력에 대해 “영화와 OTT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상생의 방안이자 자연스런 흐름”이라는 반응도 나오지만, 일각에선 영화제 정체성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한국 영화와 극장 침체 속에 극장 부흥을 위한 노력 대신 넷플릭스에 기대 화제성만 쫓으려 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행보가 아쉽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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