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영화에서 그는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 역을 맡았다. 어릴 적부터 신분을 초월하는 우정을 나눴던 집안 몸종 천영(강동원)이 가족을 모두 살해했 단 이야기를 듣고 배신감에 휩싸이고, 임진왜란 후 그와 적으로 재회하게 된다.
14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그는 천영을 연기한 강동원을 실제 “흠모”했다며 “생각보다 더 남자다우면서도 섬세한 동료다. 먹을 것도 많이 챙겨줬다”고 웃었다.
○“박찬욱 감독 각본, 무조건 해야죠”
박정민은 시나리오를 쓴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시나리오를 받고 곧바로 출연을 결정했다면서 “‘나의 우상’인 박찬욱 감독 제안인데 수락하고 말고 할 것 없이 넙죽 받았다”고 돌이켰다.
“첫 사극이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액션 훈련도 많이 해야 했죠. 의상도 불편한 데다 피를 묻혀야 하는 장면도 많아서 촬영하며 밥도 제대로 못 먹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앞으로 5년동안은 사극 하지 않겠다고 말했을 정도죠.”
캐스팅 발표 직후 영화는 “강동원이 박정민 몸종된다”며 온라인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정민 얼굴이 ‘놀부상’이라 박정민이 양반하는 게 맞다는 어떤 인터넷 댓글도 봤어요. 그러니까 현실성이 없는 캐스팅은 아니죠. 하하. (캐스팅과 관련한) 재미있는 밈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영화 ‘전, 란’ 박정민 스틸,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는 ‘배우’ 외 ‘출판사 사장’이라는 또 다른 직함도 가지고 있다. 과거 책방을 운영하며 책에 대한 꾸준한 애정을 드러냈던 그는 2021년 1인 출판사 ‘무제’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책 뿐만 아니라 신진 작가 데뷔 또한 돕고 있다.
“출판사는 정말 제가 재미있고 좋아서 운영하는 거예요. 제 출판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억지로 쳐다보지 않고 외면하려고 하는 부분, 배려받지 못하고 소외되고 있는 부분들을 지키고 조명하려는 조명하는 이야기나 그런 글을 쓰는 작가님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출판사 대표로서 박정민은 최근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너무나 기뻤다고도 했다. 책방을 운영했을 때 ‘한강 작가 파트’를 따로 만들었을 정도로 한 작가의 열성팬임을 강조했다.
“작가 한강 책을 보며 많이 울기도 했었죠.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흰’과 ‘소년이 온다’에요. 사실 전 올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으실 거라 예상했어요. 다들 중국 작가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여겼었는데, 한강 작가의 글이 충분히 통할 걸로 생각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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