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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 한양’이 제 착한 이미지를 깨줬어요.”
배우 정건주는 2017년 데뷔한 이후 대부분 올곧고 자상한 ‘순둥이’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대형견을 떠올리게 하는 초롱초롱한 눈매와 웃을 때면 볼에 폭 잠기는 보조개가 서글서글한 매력을 돋보이게 만든 덕분이다.
그렇게 마냥 착하게만 보였던 정건주가 9일 종영한 채널A 드라마 ‘체크인 한양’에서 제대로 ‘흑화’하자 팬들조차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극중 초호화 여각(호텔) 후계자인 천준화 역을 맡은 그는 사환 동기인 남장여인 홍덕수(김지은)를 마음에 품게 되면서 초반 능글맞은 도련님 모습을 지우고 권력을 휘두르는 폭군으로 변신해 반전의 중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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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화된 천준화를 사람들이 미워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못 봤던 모습이 나와 매력적이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재미있단 사실을 피부로 깨달았죠.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은 변신을 해보고 싶어요. 아, 극중 아버지 태상방주(김의성)를 무시하는 공신들 앞에서 생 소 혓바닥을 씹어 먹으며 ‘혓바닥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죠. 다행히 제가 먹은 건 육사시미였답니다. 시청자 걱정과 달리 정말 맛있어서 촬영 끝나고 몇 점 더 집어먹었을 정도였어요. 하하!”
다만, ‘어쩌다 발견한 하루’ ‘월간 집’ ‘꽃선비 열애사’ 등에 이어 또 다시 짝사랑에 그치는 운명은 이번에도 결국 바꾸지 못했다. 정건주는 “언젠가는 꼭 진한 ‘쌍방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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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인상이 짝사랑을 해도 미움 받지 않을 것처럼 보였는지 연달아 짝사랑하는 캐릭터만 맡았어요. 아쉽긴 하지만, ‘서브남’ ‘짝사랑 전문’ 같은 수식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드라마에서 캐릭터를 맡는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니까요. 실제로 사랑에 빠지면 어떠냐고요? 사랑에 모든 걸 건 천준화와는 좀 달라요. 상대를 부담스럽지 않게 해주려는 편이죠.”
최종회가 4%(닐슨코리아) 시청률을 넘은 ‘체크인 한양’으로 화려하게 올해를 시작한 정건주는 조만간 티빙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을 선보인다. 그는 “주어진 일에 열심히만 하자는 생각 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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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월간 집’을 촬영하고 이듬해 영화 ‘리바운드’에 캐스팅되기까지 한동안 공백을 겪었어요. 당시엔 정말 힘들었지만, 돌아보니 제겐 좋은 자양분이 됐어요. 어떤 일도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생겼죠. 그 전엔 ‘연기하는 것을 감사히 생각하라’는 말을 들어도 피부로 와 닿지 않았는데, 이젠 연기를 향한 절실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언젠가 그때처럼 슬럼프가 찾아온다면 똑같이 힘들긴 하겠지만, 전보다 더 빨리 괜찮아질 거란 믿음이 생겼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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