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니 제공
느린 걸음도 괜찮아, 결국엔 도착할 테니까
지니, 30년을 돌아 다시 락의 언어로
거북이처럼 오늘을 버티는 이들에게 바치는 노래
거북이는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다. 30년 전 록의 심장을 뛰게 했던 이름, 지니(GEENIE)가 돌아왔다. 지니, 30년을 돌아 다시 락의 언어로
거북이처럼 오늘을 버티는 이들에게 바치는 노래
‘뭐야 이건’, ‘바른 생활’로 세상을 유쾌하게 흔들었던 그들이 이제는 ‘괜찮아, 너도 날 수 있어’라고 말한다. 새 노래 〈거북이〉는 조용하지만 확실한 위로, 그리고 힘차지만 다정한 응원으로 완성된 지니의 귀환 선언이다.
● Fly Turtle Fly! 세상이 볼 수 있게
“힘이 들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봐, 소중하게 지켜온 날개를 펼쳐봐.” 〈거북이〉의 가사는 위로로 시작해 응원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감정의 흐름은 뮤직비디오 영상 속 장면들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초반, 꿈을 꾸는 듯 아련한 분위기 속에서 인물들은 어둠 속을 헤매듯 등장한다. 하지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그들의 표정에는 포기하지 않는 미소가 깃들어 있다. 망설이며 걷던 인물들은 노래가 고조되는 구간에서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움츠렸던 몸을 펴며 다시 걸음을 내디딘다.
특히 후렴구 “Fly Turtle Fly”가 터질 때마다 카메라는 인물들이 뻗어 올리는 손끝, 다시 힘을 내어 달리는 발걸음을 비춘다. 결국 마지막에는 모두가 어둠을 뚫고 빛을 향해 뛰어오른다. 뮤직비디오는 그렇게, 느리지만 끝내 날아오르는 거북이들의 서사를 시각적으로 완성한다.
● 천천히, 하지만 끈질기게
“지금 네가 걷는 길 쉽지는 않아도, 굳이 빨리 걷지마, 흔들리지마.” 〈거북이〉는 느린 걸음에도 괜찮다고 말한다. 초라해 보이는 발걸음이어도 가슴 속에 타오른 열정이 꺼지지만 않으면 충분하다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도달할 수 있다고 노래한다.
뮤직비디오에서도 현실의 무게에 눌려 주저앉을 듯한 인물들이 포기하지 않고 일어선다. 그리고 천천히, 그러나 단단히 걸음을 옮기며 끝내 빛나는 곳을 향해 나아간다.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작은 불빛처럼,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마음을 그려낸다.
● 다시 걷는 지니의 이름, 다시 뛰는 록의 심장
1995년, 신성우와 장호일, 그리고 넥스트의 이동규가 뭉쳐 ‘쿨 월드’로 첫발을 내디뎠던 프로젝트 밴드 지니. 경쾌한 록과 위트 넘치는 가사로 당대를 풍미했던 이들은 이후 ‘바른 생활’, ‘코끼리’ 같은 명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각자의 길을 걸어야 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온 지니는,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다. 노바소닉 출신 김영석이 새롭게 합류해 3인조로 재정비한 이번 지니는 록의 본질은 유지하되, 시대에 맞는 메시지를 품었다. 이제 그들의 음악은 분노 대신 위로를, 투쟁 대신 응원을 선택했다.
● 위로의 락, 응원의 락
〈거북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승리다. 빠르지 않아도, 눈에 띄지 않아도, 끝까지 버티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너의 눈물과 땀방울에 믿음을 보여줘. 다시 만날 승리의 그 순간에 그 빛이 되도록.” 이 노래는 단순한 컴백송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다정한 찬가다.
지니는 이번 미니앨범을 시작으로 분기마다 2~3곡씩 신곡을 발표하고 공연 활동도 이어갈 계획이다. 복고가 아닌, 살아 숨 쉬는 현재형 록을 향한 진심 어린 발걸음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금 믿게 된다. 락은 여전히 살아있음을. 지니는 단 한 번도 진심이 아닌 적이 없음을.
⭐ 오늘의 한 줄
“결국 날아오르는 건, 빠른 자가 아니라 멈추지 않는 자입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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