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영화사 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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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현경이 모든 이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리얼 그 자체인 ‘현실 공포’를 스크린에 그린다. 이웃과 벌어진 사소한 주차 시비가 목숨을 위협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 영화 ‘주차금지’가 그 무대다.

평소 공포·스릴러 장르를 즐기는 자신조차 대본을 읽을 때부터 섬뜩함은 느낀 작품이라고 ‘주차금지’를 소개한 류현경은 “사실 귀신이나 괴물보다 더 무서운 존재는 사람”이라면서 “주차 시비 장면이 담긴 영화 예고 쇼츠 영상 조회수가 800만 뷰가 넘고 댓글이 4000개 달렸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현실 위협’에 공감한다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O“직장 내 성희롱 신, 수치스러워 눈물”

류현경은 극 중 주차 시비가 붙은 ‘수상한 이웃’을 연기한 김뢰하와 펼친 성별 및 체격 차이를 뛰어넘는 ‘육탄전’을 펼쳤다. 온 얼굴에 흙을 칠하는 것은 물론, 상대방에 의해 억지로 흙을 먹어야 하는 당시 촬영을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김뢰하 선배와 그야말로 ‘개싸움’을 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여자니까 선배가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한 번에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도원결의하는 마음으로 촬영했어요. 촬영을 마치고 온몸에 흙칠을 한 채 숙소에 갔는데 물이 안 나와 한참을 고생하기도 했죠.”

육탄전을 벌인 건 ‘수상한 이웃’이지만, 사실 그를 가장 화나게 했던 건 회사에서 계약직인 자신에게 애정을 강요하며 끊임없이 치근덕거리는 부장(김장원)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부장의 괴롭힘 때문에 운전하다 우는 장면이 있는데, 원래는 우는 신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거예요. 연기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눈물이 나올 만큼 수치스러운 경험이었죠.”

영화 ‘주차금지’ 류현경 스틸, 영화사주단 제공

영화 ‘주차금지’ 류현경 스틸, 영화사주단 제공

O“여성이 느끼는 현실 공포에 공감”

류현경은 ‘주차금지’가 “직장 안팎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여러 불안한 심리와 공포감을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고 자신했다.

“남녀 공용 화장실을 쓸 때나 늦은 밤 귀가할 때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가 있잖아요. 누군가가 나를 따라오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같은 거요. 저도 그런 공포감 때문에, 집에 일찍 들어가는 편이에요.”

한편, 굵직한 상업 영화의 흥행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를 선보이게 된 그는 극장 침체기를 안타까워하면서도 “다양성 영화의 희망적 미래”를 꿈꿨다.

“극장을 향하는 관객의 발걸음이 줄긴 했지만, 최근 방문한 (독립·다양성 영화를 주로 다루는) 전주영화제 영화표는 전부 매진됐어요.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의 열망은 여전하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해요. 극장에서도 더 좋은 다양한 영화들이 나오면 관객이 늘어날 거라고 믿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