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신명’ 예고편 캡처, 사진제공|열공영화제작소
전(前) 영부인 김건희 여사를 모티브로 한 저예산 영화 ‘신명’이 반전 흥행에 성공하며 ‘극장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정권 교체 분위기를 타고 관객의 관심을 얻으며 ‘흥행’으로까지 이어졌지만, 예술적 완성도에 대해선 혹평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11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신명’은 제 21대 대통령 선거 전야인 지난 2일 개봉해 상영 9일째인 10일까지 누적 관객 43만568명을 모았다. 적은 상영관에도 불구, 6일 만인 지난 7일 손익분기점(30만 명)을 넘어섰고 급기야 9일엔 톰 크루즈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파이널 레코닝’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3위에 등극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일반 상업 영화의 절반도 안되는 17억 원 제작비로 만든 ‘신명’의 이런 깜짝 흥행은, 정권 교체와 맞물려 12·3 비상 계엄 사태를 일으킨 전 정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극장으로 옮겨붙으며 가능해졌다. ‘신명’은 자신의 과거를 지운 뒤, ‘주술의 힘’에 기대 검사의 비호를 받으며 영부인 자리에 오른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오컬트 정치물이다.
‘신명’은 개봉 전부터 김건희 여사의 개명 전 이름인 ‘명신’을 떠오르게 하는 제목 또 예고편 속 김 여사의 헤어스타일 등을 재현한 듯한 주인공 모습 등으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개봉 이후에는 권력의 광기에 사로잡힌 주인공 윤지희 역을 맡은 배우 김규리 ‘열연’에 대한 관객의 공통적 호평도 이어졌다.
예상밖의 흥행과 주인공 김규리를 향한 호평과 달리 ‘신명’을 향한 영화적 평가는 싸늘하다. 지난 4월 1달동안 촬영을 마친 후 불과 2달 여 만에 급하게 개봉한 작품인 만큼, 조악한 완성도에 대한 아쉬운 반응이 쏟아진다. 이와 관련 박평식 영화 평론가는 “천박한 욕망, 조악한 묘사”라는 혹평의 한줄평을 남기기도 했다.
필요 이상의 선정적이고 과격한 묘사, 여기에 사회적 참사를 ‘윤리적 고민’ 없이 자극적으로 담아낸 점에 대한 지적도 이어진다.
이와 대조적으로 문제작 ‘신명’을 영화적 가치에 앞서 사회적 가치가 더 높은 작품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최광희 영화 평론가는 “관객들은 영화의 품질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지금’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며 “관객들에겐 ‘심적으로 지치고 고통스러웠던’ 6개월에 대한 심리적 위로가 필요했고 영화가 그 역할을 한 듯 하다”고 평가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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