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영화의 흥행을 바라는 마음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어쩔수가없다’ 인터뷰를 진행해 동아닷컴과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여러 차례의 시사회가 진행된 이후 반응에 대해 “사실은 반응을 잘 안 보고 있다. 크게 어떻다는 것만 듣지. 근데 우리 팀도 나에게 다 이야기해주지 않을 것 같다. 내 멘탈을 보호해주기 위해 좋은 이야기만 해주지 않을까 싶다. 그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어제 좋은 리뷰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냐는 인터뷰를 봤다. 비판적인 리뷰도 인정해야 하는데, 나쁜 리뷰를 받아들이기 싫으니까 좋은 리뷰도 받아들이기 싫다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렇다”라고 말했다.

또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수상 불발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희망이 뭐였냐면 남우주연상이었다. 그걸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워낙 잘했고, 만수의 스크린 타임이 기니까. 다른 작품들을 못 봤으니까 비교를 못해서 아쉽지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했다”라며 흥행을 위해서라도 남우주연상을 희망했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에 흥행을 기대하냐는 질문에 박찬욱 감독은 “언제나 그랬다. 그리고 감독들이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만드는 감독들도 다 흥행 이야기를 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기가 힘들게 만들었는데, 한명이라도 더 모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공짜관객이라도 좋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이 사람 영화는 이렇지라는 고정관념이 부담스럽고, 언제나 떨쳐버리고 싶은 문제다. ‘모가지’ 이런 제목을 쓰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선입견 없이 신입감독의 영화처럼 백지 상태에서 봐주시면 어떨까 싶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또 자신에 대한 평가들에 대해 “(나에 대한 평가는) 노출, 성적인 묘사가 아니더라도 뒤틀렸다, 변태적이다라는 거다. 나이가 들수록 늙은 변태 같아 보인다. 그건 최악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래서 이번 영화를 15세로 정했냐는 질문에 박찬욱 감독은 “그런 목표를 정하진 않았다. 예전에 강도가 높았던 영화들과 똑같은데, 어떤 목표가 있어서는 아니고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가다가는 18세가 나오겠는데 어쩌지?’하는 단계에 도달했을 때 피해가지 않는 것이었다. ‘헤어질 결심’이나 ‘어쩔수가없다’는 위험한 게 별로 없으면 그냥 두는 것뿐이다. 이래서는 나의 팬들이 실망하겠는데? 그럴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답했다.

최근 작품이었던 ‘헤어질 결심’과의 비교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비교하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만들면서도 그렇게 생각했다. ‘헤어질 결심’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 영화도 좋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둘 다 좋아하면 제일 좋겠지만, ‘헤어질 결심’으로 나의 작품 세계에 입문하신 분들이라면 좀 놀랄 거다. 그래서 다시 보고 싶지 않을 영화가 될 수 있을 거고, 전부터 내 영화를 알았다면 당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24일 개봉하는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최윤나 동아닷컴 기자 yyynn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