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튼콜 너머, 배우들의 진심과 삶을 만나다. [대(학로)배우] 시리즈
“관객이 제 얘기를 재미있게 들어주는 그 순간,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무대 위의 서동진은 유쾌하다가도 묵직하고, 때로는 따뜻하다. 연출을 꿈꾸던 대학생 서동진은 어느 날 연극영화과 동기들의 무대에 매료돼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

“무대에 서 있는 친구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전공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습니다.”

눈에 띄는 그의 탤런트는 길거리 캐스팅 제안으로 이어졌고, 아이돌 오디션에도 도전했다. 하지만 아이돌 공식 춤,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니다보니 기회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공연 무대를 이어가다 배우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활동을 기대했지만 여러 상황이 맞물리면서 5년의 공백기가 찾아온다.

하지만 서동진은 포기하지 않았고, 뮤지컬 배우로 재도약에 나선다. “공연에 올인하자”라고 다짐한 서동진에게 기회는 필연적으로 다가왔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물론 (오디션을) 적게 본 건 아니지만, 우리 직종은 원래 오디션 보는 게 일이잖아요. 그래도 마음먹고 나선 뒤로는 비교적 금방 기회를 얻었죠.”



● 전환점, ‘난쟁이들’의 신데렐라

2011년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로 데뷔를 한 뒤, 서동진은 쉼 없이 달렸다. 그는 뮤지컬 ‘난쟁이들’ 속 신데렐라 캐릭터가 자신의 생을 바꾼 작품이었다고 꼽았다. 코미디 장르서 그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했다.

“스스로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 나도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깨달았죠. 그 작품 덕분에 서동진이라는 배우를 많이 알아봐 주셨어요.”

또 ‘차미’ 시즌3에서 맡은 오진혁 역은 서동진의 색깔이 온전히 담긴 캐릭터다.

“항상 대본에 충실하려 해요. 캐릭터의 공통점을 제 안에서 찾아 키로 삼죠. 오진혁은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을 가진 인물이라, 액팅을 과하게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투머치가 나오게 하려고 했어요.”


● 장르와 도전

그는 “장르보다 텍스트가 우선”이라면서 대본대로 하면 장르가 자신을 따라온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인정한 건 서동진 표 코미디였다.

“관객들 반응이 가장 좋은 게 코미디 같아요. 제일 잘 맞는 것 같고요. 그래도 로맨틱 코미디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쪽 연기도 목이 마르지 않을까.

“공백기가 있었고, 지금은 무대가 제 1순위이긴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도전하고 싶습니다.”


● 팬들과의 공감

퇴근길에 기다려주는 팬들, 공연이 끝난 뒤 건네받는 편지. 그는 그 모든 순간이 감사하다고 말한다.

“편지는 공연 전에 바로 읽지 않고 집에 가서 읽습니다. 공연에 영향을 받을까 봐요. 그런데 오히려 제가 생각지 못한 해석을 팬들이 해줄 때가 있어, 배울 때도 있습니다.”




● 무대 위의 희열

서동진은 무대 위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그 순간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는다.

“관객 모두가 나를 보고 내 얘기를 재미있게 들어주고 있다는 순간이에요. 그때 오는 카타르시스는 정말 커요.”


● 무대 뒤의 서동진

하루의 무대가 끝나면 그는 단순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집에 가서 씻고, 유튜브 보면서 배달음식을 먹어요. 특별한 건 없어요. 대신 잠들기 전 팬들의 편지를 읽는 게 루틴이에요. ‘오늘 공연이 힘이 됐다’는 글을 보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무대 밖 일상에는 반려견과의 시간이 있다.

“포메라니안을 키우고 있어요. 지금 6살인데 허리도 다리도 약해 산책을 자주 못 나가요. 병원도 자주 가야 하고 약도 먹지만, 가족 같은 존재라서 기꺼이 함께합니다.”


● 서동진, 올 연말 관객과 만나다

그는 연말 ‘난쟁이들’ 재공연에 이어 ‘미세스 다웃파이어’ 무대에 선다.

“아빠를 변장시켜주는 게이 커플 역할인데,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지난 9월 27일 막을 올린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배우 황정민의 10년 만의 무대 복귀라 화제를 모았고, 서동진은 극중 안드레를 연기한다. 오는 12월 7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 샤롯데씨어터서 공연된다.

무대 위에서 관객의 호흡을 전부 받아내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배우 서동진. 그의 발걸음은 결코 빠르지도 요란하지도 않다. 하지만 무대와 팬들 앞에서만큼은 한없이 진심이다. ‘더 잘해야겠다’는 그의 다짐이, 앞으로의 무대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이슬비 동아닷컴 기자 misty8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