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의 연말 콘서트. 그동안 재즈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버무려 왔던 웅산은 이날 다국적, 다장르가 발효된 ‘웅산의 재즈’를 스페셜 게스트들과 함께 선보였다. 사진제공 | 제이피컴퍼니
[스포츠동아 | 양형모 기자] 웅산이 국악을 공부하기 시작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그는 그동안 재즈와 국악을 맞물린 음악을 종종 선보여 왔고, 그런 점에서 이번 공연은 그의 공부와 연구의 중간 보고서처럼 느껴졌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는 이날 무려 다섯 명의 스페셜 게스트가 무대에 올랐다. 거문고의 이재하, 장구의 방지원 두 국악인이 밑그림을 그려 주었고,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콘(KoN),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그리고 안무가 이루다가 나머지 풍경을 완성했다. 여기에 웅산밴드 네 명과 세 명의 코러스까지 합세해, 무대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움직였다.
국립극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완고한’ 극장 중 하나가 아닐까. 순수예술의 성채처럼 보일 정도로 대중 아티스트들에게는 문턱이 높았다. 국립극장에서 가장 큰 공연장인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 재즈 아티스트는 이날의 웅산까지 딱 두 명뿐이라고 한다.

첫 곡은 국악적 빛깔이 또렷한 ‘손님아’. 객석의 관객을 맞이하는 의미로 첫 곡에 배치했을 것이다. 국악의 ‘소리’를 더한 웅산의 보컬은 맛이 확실히 깊어졌다. 웅산의 노래를 꽤 오래전부터 들어왔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몸집을 불린 힘에 압도돼 버렸다. 특유의 귓가에서 속삭이는 듯한 ‘달콤한 위로’ 대신 폐부에서 슬픔을 꺼내 허공에 뿌려대는 박력이 느껴졌다.
4명의 밴드 멤버 중 2명이 감기에 걸려 컨디션 난조였다고 했지만, 막상 밴드의 연주는 시원시원해서 좋았다. 기타리스트 ‘사자’ 최우준은 웅산밴드의 마스터 같은 느낌. 오랜 기간 웅산과 활동하고 있다. 재즈 쪽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수상도 다수했지만, 스스로도 밝혔듯 원래는 블루스 기타리스트다. 재즈 보컬리스트 밴드의 기타리스트가 블루스맨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웅산의 음악적 언어의 다국적성을 느끼게 한다.


최우준은 일렉기타와 어쿠스틱 기타 모두 잘 다룬다. 이날 비브라토와 트레몰로가 다소 과한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라이브에선 괜찮을 것이다. 정직하고 아름다운 기타 톤을 갖고 있다. 기타를 치는 모습도 흥겨워 보인다.
이정식은 소프라노 색소폰만으로 연주했다. 비밥부터 프리재즈까지 재즈의 역사와 장르를 몸에 기억시킨 재즈 장인이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화끈하게 질러대는 연주는 여전하다. 그의 재즈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1961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64세다.
웅산은 공연 하루 전 산에 올라 마음을 가다듬었다고 했다. 웅산은 등산을 좋아한다. 이에 관련해 웅산과 인터뷰했던 적도 있다. 많은 그의 자작곡들이 산에서 탄생했다. 공연 전날 오른 산은 무척 추웠다. 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국립극장을 찾아 줄 관객들을 떠올리니 울컥했다고 한다. “몸이 녹아내릴 각오로 노래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웅산이 장르’라는 표현은 이제 진부한 클리셰가 되어 버렸다. 그는 재즈 보컬리스트지만 팝, 록, 블루스에 국악까지 소화해 왔다. 그의 재즈는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멜팅팟(melting pot) 같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는 재즈를 단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그가 실험했던 모든 장르의 음악은 그의 재즈 안에서 녹고, 엉기고, 버무려져 웅산이란 이름의 재즈로 발효된다.
팬들의 성화에 웅산은 마지막 앙코르곡으로 그의 히트곡 ‘예스터데이(2007년)’를 노래했다. 최우준의 차분한 어쿠스틱 기타 반주를 타고 가사의 문장들이 잔잔히 흐르는 예스터데이.
예스터데이는 “네가 내게 준 모든 걸/내가 너에게 되돌려줄게(what you‘ve given me/I’m gonna give back to you)”를 두 번 반복하며 끝난다. 찾아와준 관객을 보내기 위해 이만한 송별가가 있을까 싶다. 이날 우리는 웅산에게 주었던 것들을, 다시 돌려받았다.
빨간 볼을 하고 공연장을 나서는 옆 사람에게 묻고 싶었다. 당신은 무엇을 웅산에게 주었고, 무엇을 웅산으로부터 받으셨는지.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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