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호                 뉴시스

조세호 뉴시스



[스포츠동아 | 양형모 기자] 사람들은 조세호에게 물을지 모른다. 왜 좀 더 버티지 않았느냐고.
KBS2 ‘1박2일’ 하차는 결과만 놓고 보면 빠른 결정처럼 보인다. 합류한 지 1년 반만에 프로그램을 떠났고,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 소속사도, 본인도 여러 차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적 대응 방침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조세호는 남아 해명하는 길이 아니라, 물러나는 선택을 했다.

이 결정 이후 반응은 엇갈렸다. “과했다”는 말과 “성급했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왔다. 하차 발표 당일에는 복귀를 요청하는 시청자 청원까지 등장했다. 조세호를 믿어보자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가 떠난 이유는 억울함의 크기와는 다른 지점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은 범죄 연관 여부 이전에 이미지의 문제였다. 연예인 이름 앞에 ‘조폭 연루설’이라는 말이 붙는 순간,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신뢰는 빠르게 흔들린다. 사진 한 장, 주장 하나가 예능 프로그램 전체를 뒤덮는 상황에서 출연자가 화면 속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은 곧바로 불편함으로 읽힌다. 조세호는 이 지점을 가장 먼저 계산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의 입장문에는 책임이라는 표현이 반복된다. 자신을 향한 시선이 제작진과 프로그램으로 옮겨가는 상황을 막고 싶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버티는 선택은 개인에게는 싸움이 될 수 있지만, 예능에서는 동료들에게 부담으로 남는다. 특히 ‘1박2일’은 팀으로 움직이는 프로그램이다. 한 명을 둘러싼 논란이 길어지는 순간, 웃음은 힘을 잃을 수 있다.

조세호는 여기까지 오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 인물이다. ‘유재석 옆 사람’이라는 시선을 벗어나기까지 긴 시간을 보냈고, 뒤늦게 고정 예능의 중심에 섰다. ‘1박2일’에서는 맏형 라인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더 버텨서 자리를 지킬 수도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내려오는 쪽을 택했다. 오래 쌓아온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선택은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정면 돌파이자 시간을 벌기 위한 후퇴로 보인다. 법적 대응은 방송 밖에서 진행하고, 프로그램은 논란과 분리시키겠다는 판단일 것이다. 제작진 역시 별도의 편집 방침을 밝히지 않은 채 조세호의 하차 의사를 존중했다. 만약 그가 남았다면 매주 분량과 편집을 둘러싼 질문이 따라붙었을 것이다.

그래서 ‘왜 더 버티지 못했을까’라는 질문은 방향을 조금 달리 볼 필요가 있다. 조세호는 버티지 못한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버티는 방법을 선택했다.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밖에서다.

그렇다고 안타까움이 남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능에서 가장 무서운 건 논란 그 자체보다, 그 논란이 웃음을 잠식하는 순간이다. 조세호는 그 선을 넘기기 전에 스스로 멈췄다. 이 선택이 옳았는지는 시간이 말해줄 문제다. 다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조세호의 선택은 도망이 아니라, 웃음이 더 다치기 전에 멈춘 것에 가까웠을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