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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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배우 유해진이 다시 한번 우리 영화계의 연패 스토퍼로 짜릿한 ‘구원승’을 거둔 인상이다. 극장가 침체가 짙게 깔린 상황에서도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흥행에 성공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마을 부흥을 위해 스스로 유배를 택한 광천골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 ‘왕과 사는 남자’에서 유해진은 실존 인물 엄흥도 역을 맡아 활약했다. 특유의 생활 밀착형 연기와 사람 냄새 나는 온기를 더해 역사 속 인물을 오늘의 감정으로 되살려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극 초반 마을의 살림살이를 걱정하며 실리를 좇는 세속적 촌장의 모습을 능청스럽게 그려내다가도, 삶의 의지를 잃은 이홍위(박지훈)를 마주하며 점차 진심 어린 연민을 느끼는 과정을 가슴 뭉클하게 표현했다는 격찬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그가 어린 선왕의 마지막 바람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비극의 선택을 감당하는 클라이맥스는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비통함을 응축해낸 해당 장면은 유해진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손꼽히는 명연기로 회자되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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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반응에 힘입어 영화는 25일 기준 전국 누적 관객 650만 명을 돌파하며 상반기 극장가를 사실상 평정했다. 한국 영화가 최악의 침체기를 통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값진 성과다.

유해진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선보인 8편의 장편 영화 가운데 ‘무려 6편’을 흥행 반열에 올려놨다. 2022년 선보인 ‘공조2: 인터내셔날’은 700만 관객에 근접했고, 영화 올빼미(332만)와 로맨틱 코미디 ‘달짝지근해: 7510’(138만) 역시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 속에서도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다. 2024년 개봉한 ‘파묘’는 한국 호러 영화로선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지난해 선보인 ‘야당’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3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작품의 장르와 등급, 시장 상황을 가리지 않는 ‘유해진 효과’가 입증된 셈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지점은 그의 일관된 선택에 있다. 팬데믹 이후 영화 산업이 위축되자 송강호, 김윤석, 황정민, 하정우 등 충무로의 굵직한 배우들이 대거 OTT 플랫폼으로 눈을 돌릴 때에도 그는 오직 영화에 매진하며 극장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오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들이 “플랫폼 대격변기 속에서 ‘유해진의 뚝심’은 한국 영화의 마지막 자존심을 상징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