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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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외계 행성을 향했던 봉준호 감독의 시선이 이번엔 ‘심해’로 향한다. 심해를 배경으로 한 그의 첫 애니메이션 영화 ‘앨리’가 벌써부터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을 끌어당기고 있다.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미키 17’의 뼈아픈 흥행 실패 이후 선보이는 신작이라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그의 글로벌 위상을 재확인할 ‘반전 카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27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인 봉 감독의 야심작 ‘앨리’가 최근 첫 스틸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을 통해 실체를 드러낸 주인공 앨리는 큰 눈과 동글동글한 귀여운 외모의 캐릭터로, 희귀 심해 생물인 ‘아기돼지오징어’를 모티프로 했다. 

‘앨리’는 태양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앨리와 친구들의 평온한 일상이, 바다에 추락한 정체불명의 항공기로 인해 균열을 맞으며 벌어지는 모험을 그린다. 2000년 ‘플란다스의 개’를 시작으로 8편의 장편 영화를 선보여온 봉 감독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앨리’ 스틸, 사진제공|CJ ENM

‘앨리’ 스틸, 사진제공|CJ ENM

창작의 출발점 역시 흥미롭다. 6000m 심해까지 촬영 가능한 탐사 로봇을 통해 기록된 해양 생태를 담은 프랑스 환경 운동가 클레르 누비앙의 논픽션 ‘심해’에서 영감을 얻었다. 실제 생태계에 기반한 리얼리티 위에 사회적 은유와 블랙 유머를 녹여내는 봉 감독 특유의 화법이 더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시선을 붙잡고 있는 대목은 압도적인 스케일에 있다. ‘앨리’의 제작비는 약 700억 원. 우리나라 자본이 주도하는 영화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CJ ENM을 중심으로 12개국 최정상급 제작진이 참여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토이 스토리 4’에 참여한 김재형 애니메이션 감독 등 픽사 출신 베테랑들이 대거 합류해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기대만큼이나 긴장감도 감돈다. 전작 ‘미키 17’의 부진이 남긴 여파 때문이다. 2025년 개봉한 ‘미키 17’은 로버트 패틴슨이라는 스타 파워와 1억 1800만 달러의 대규모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2억 4000만~3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1억 3000만 달러의 수익에 그쳤다. ‘기생충’으로 오스카 4관왕을 거머쥔 이후 첫 차기작이었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이번 ‘앨리’는 단순 신작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첫 애니메이션 도전이자 동시에 다시 한번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봉준호식 흥행 공식’이 유효함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사 영화에서 정점을 찍은 연출력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문법에서도 여전히 유효할지도 관건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앨리’의 성패는 향후 한국 영화계의 글로벌 대작 투자 심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