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넷플릭스
[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정지훈이 서늘한 악의 얼굴을 한 ‘인간 병기’로 돌아왔다. 3일 공개 이후 단 2주 만에 글로벌 비영어권 TV쇼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케이(K)액션의 저력을 증명한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 시즌2를 통해서다.
전작들에서 정의롭고 유쾌한 영웅의 면모를 주로 보여왔던 정지훈은 이번 작품에서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글로벌 불법 복싱 리그의 설계자 백정 역을 맡았다.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그는 압도적인 피지컬과 무자비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빌런으로서 새로운 정점을 찍었다.
O“몸 만드는 고통, 이젠 그만”
정지훈은 백정을 냉철한 사이코패스형 빌런이 아닌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폭주기관차’로 표현했다. 촬영하는 동안 평소라면 웃어넘길 일에도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운 반응이 튀어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의식적으로 사과를 건네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하도 몰입해 있다 보니 아내(김태희)가 가끔 ‘눈빛이 왜 그래?’라고 물을 때도 있었죠. 저도 모르게 타인을 함부로 대해도 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무서운 여운’이 남더라고요.”
백정은 칼이나 총 대신 오직 자신의 육체를 무기로 사용하는 인물이다. 이를 위해 정지훈은 6개월간 복싱 기본기부터 다졌고, 묵직한 파괴력을 위해 6~7kg나 증량하며 근육질 몸을 만들었다.
“벗는 작품은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이젠 저도 그만 벗어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몸을 만드는 게 너무 힘들거든요. 촬영이 끝나면 대본 보고 운동하는 게 일상이었죠. 디스크 협착증이 있어 진통제를 먹어가며 버텼고요. 다음엔 몸을 망가뜨리거나 살을 찌울 수 있는 명분이 있는 나태한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사진제공|넷플릭스
바이킹족에서 모티프를 얻은 파격적인 투블럭 스타일과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은 거친 피부는 김주환 감독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완성했다. 그동안 가족에게 떳떳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어 악역 제안에 주춤해왔던 그는, ‘가족도 납득할 만한 이유 있는 변신’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대사나 폭력 수위가 세서 이번 작품은 자녀들에게는 보여주지 못했어요. 집에서 혼자 이어폰을 끼고 봤죠. 그래도 고생한 걸 아는 아내가 멋있다고 말해줘서 힘이 났어요.”
정지훈은 폭력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지만, 백정이 지닌 특유의 ‘절실함’만큼은 자신과 닮아 있다고 강조했다. 매 순간 대중에게 인정받고 싶고, 나태해지는 순간 곧바로 도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지 않으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아요. 그래서 나태해질 수 없어요. ‘이제 좀 쉬엄쉬엄 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안주하는 순간 초심을 잃는 거라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이유죠.”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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