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형사들이 안타까웠던 사건을 이야기했다.

17일 방송된 E채널 ‘용감한 형사들5’ 4회에는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상황실 이필영 경감과 과학수사대(KCSI) 윤외출 전 경무관, 김진수 경관이 출연해 수사 일지를 공개했다.

이날 게스트로 배우 이희준과 박해수가 출연했다. 두 사람은 MC 곽선영과 방영을 앞둔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호흡을 맞춘 사이다. 박해수는 “’용감한 형사들’을 많이 봤다. ‘허수아비’에서 맡은 역할이 형사에서 프로파일러가 되는 인물이라 권일용 교수님을 분석해 봤다. 사건을 대할 때 냉철한 판단력을 가져야 한다. 참혹한 사건, 사진, 현장을 볼 때 감정적일 때가 많이 생길 것 같은데 그걸 숨기고 관찰하고 파악하려는 분이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안정환은 “탈락”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후 소개된 첫 번째 사건은 원룸촌에서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신고자는 피해자의 친구로, 집을 찾았다가 피 묻은 이불을 발견해 신고했다. 사망자는 해당 원룸에 거주하던 22세 여성으로, 현장은 처참했다. 침대 아래에서 발견된 시신 주변에는 침대보와 이불, 옷가지가 뒤엉켜 있었고 혈흔은 방바닥은 물론 천장까지 튀어 있었다.

피해자는 온몸에 수십 군데 자창이 있었고 부검 결과 사인은 실혈사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47군데 자창과 함께 성범죄 시도가 의심되는 정황, 머리카락이 훼손된 흔적이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시신에는 세탁용 세제와 주방 세제가 뿌려져 있었고, 범인이 범행 후 자신 옷을 세탁한 흔적과 창문을 통한 침입 정황도 확인됐다.

현장에서 지문은 나오지 않았지만, 범인이 피해자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다친 혈흔을 통해 DNA가 확보됐다. 해당 DNA는 이전 강간 미수 사건 2건과 일치했고, 범인은 창문을 통해 침입해 여성을 노려 범행을 시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팀은 CCTV 분석과 전단 배포, 유사 전과자 추적 끝에 제보를 통해 용의자 정 씨(가명)를 특정했다. 다수의 성범죄 전과를 포함한 6범이었던 그는 사건 현장 인근에 거주 중이었고, 범행 추정 시간 직전에 지인과 술을 마신 뒤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거처에서는 피해자 소지품과 혈흔 족적과 일치하는 슬리퍼도 발견됐다.

경찰은 정 씨의 지인을 활용한 유인 작전 끝에 도주 중이던 그를 검거했다. 정 씨는 조사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든 자신을 깨워준 피해자를 뒤쫓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지만, 그 일대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실제로 그는 열린 창문을 통해 여성 단독 거주 여부를 확인한 뒤 침입하는 수법을 반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별개로 두 차례 성범죄를 시도한 전력도 확인됐으며, 피해자 중에는 시각장애인도 있었다. 정 씨는 과거 범행 과정에서 입은 부상 때문에 실제 성범죄는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죄책감 없는 태도로 공분을 샀다. 정 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곽선영은 피해자를 생각하며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 KCSI가 소개한 사건은 새벽 시간대 연이어 강도 신고가 접수되며 긴박하게 전개됐다. 한 남성이 운영하는 철물점에 손님으로 들어온 남성이 흉기를 들이대며 돈을 요구했고, 이를 막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부상을 입었다. 불과 30분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신고가 접수됐다. 손이 결박된 상태의 남성이 편의점으로 뛰어들어와 “집에 강도가 들었다”고 도움을 요청한 것. 그는 문을 부수고 침입한 범인에게 흉기로 위협과 폭행을 당한 뒤 지갑에 있던 9000원을 빼앗겼다고 진술했다.

두 사건 모두 범인과 피해자가 면식이 있는 관계였다는 공통점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첫 사건 당시 촬영된 CCTV 속 범인을 두 번째 피해자가 동일 인물로 지목했고, 철물점 사장이 장부에 기록한 인적사항을 토대로 신원이 특정됐다. 당시 45세였던 그는 10대 시절부터 절도로 30여 차례 조사를 받은 전과자로, 오랜 기간 범죄를 반복해왔다. 알코올 의존과 충동적 성향까지 더해져 범죄 위험성이 높은 상태였다. 수사팀은 병원 기록과 지인 진술, 범인이 남기고 간 휴대전화 등을 단서로 이동 경로를 좁혀갔고, 미리 공조를 요청해둔 지인을 통해 용의자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그는 “어차피 죽을 생각이었다”며 “무기징역 대신 사형을 원한다”고 말했고, 서울 도심으로 이동해 불특정 다수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을 계획이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그의 소지품에서는 사용되지 않은 흉기가 발견됐다. 수사 과정에서 추가 범행도 드러났다. 범인을 추적하던 중 확인하지 못했던 숙박업소에서 70대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된 것이다. 피해자는 숙박업소를 운영하던 노인으로, 범인은 투숙한 뒤 돈을 나중에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당하자 흉기로 공격해 살해한 뒤 동전이 든 저금통까지 빼앗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어린 시절 학대와 가족에 대한 원망을 언급하며 “세상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생계비를 대부분 술값으로 써온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