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로키를 연기한 인형사 제임스 오티즈. 사진제공|소니픽처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로키를 연기한 인형사 제임스 오티즈. 사진제공|소니픽처스


[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비인간 캐릭터’의 열연은 기술적 성취를 넘어 ‘예술적 연기’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SF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외계인 로키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인형사(퍼펫티어)가 오스카 연기상 후보 자격을 획득하며, 할리우드 시상식의 수십 년 된 금기를 깨뜨릴 준비를 마쳤다.

북미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참여한 인형사 제임스 오티즈가 현행 아카데미 연기 부문 심사 대상에 포함됐으며, 스튜디오 역시 그를 남우조연상 후보로 정식 출품해 내년 ‘오스카 레이스’에 가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로키를 연기한 인형사 제임스 오티즈. 사진제공|소니픽처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로키를 연기한 인형사 제임스 오티즈. 사진제공|소니픽처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홀로 우주로 떠난 과학자가, 마찬가지로 자신의 종족을 구하려는 외계인 로키와 우정을 쌓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로키는 눈·코 등 얼굴 형상이 전혀 없는, 바위와 거미를 결합한 듯한 기이한 외형의 생명체로, 사실상 주인공 라이언 고슬링과 함께 ‘투톱 주인공’의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로키는 CG나 VFX가 아닌 실제 정교한 인형(퍼펫)으로 구현됐으며, 인형사 제임스 오티즈가 현장에서 직접 조종하고 연기했다. 그는 단순한 조종자에 머무르지 않고 로키의 목소리 연기까지 맡았으며, 라이언 고슬링과 현장에서 직접 호흡하며 감정을 교감했다.

제임스 오티즈는 로키 연기에 대해 “기술적 성취를 넘어 캐릭터의 심장이 뛰게 만드는 연기 그 자체”라며 “퍼펫에 영혼을 불어넣어 관객의 감정을 움직이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라이언 고슬링 역시 “로키는 퍼펫이 아니라 동료 그 자체였다”며 오티즈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티즈의 자격을 두고 여전히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할리우드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비인간 캐릭터 연기상 자격’ 논쟁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예고편 캡처,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예고편 캡처,

과거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모션 캡처로 골룸을 연기한 앤디 서키스, ‘그녀’에서 목소리만으로 인공지능 캐릭터를 대변한 스칼렛 요한슨 역시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배우의 육체가 화면에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요 시상식에서 배제된 바 있다.

할리우드의 기류 변화도 읽히고 있다. 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현대영화 산업에서 연기의 본질을 단순한 신체적 노출로 한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배우조합이 퍼펫티어를 조합 관할 배우로 인정하며 오티즈의 시상식 후보 자격을 지지한 점은,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따라 오티즈가 오스카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릴 경우, 이는 아카데미 100년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패러다임 전환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아카데미가 오랫동안 사실상 사문화해온 ‘특별 공로상’의 부활, 나아가 새로운 연기 부문 신설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특히 인공지능(AI)이 배우의 영역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기술적 도구로 창조된 캐릭터의 예술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향후 영화 산업 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