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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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좀비는 거들 뿐, ‘진짜 괴물’은 구교환이었다. 구교환이 또 한 번 연상호 유니버스 속 가장 기괴하고도 압도적인 얼굴로 극장가를 집어삼켰다.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 ‘군체’를 통해서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초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생존자가 진화하는 감염자들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구교환은 극 중 천재 생물학자 서영철 역을 맡아 ‘최대 빌런’으로 활약했다.

서영철은 감염 사태를 재난이 아닌 ‘새로운 인류의 진화’로 받아들이는 왜곡된 신념을 가진 ‘지능형 빌런’으로, 바이러스를 퍼뜨려 최악의 감염 사태를 초래한다. 백신을 확보했다고 속여 생명공학자 권세정(전지현)이 이끄는 생존자들을 옥상으로 유인한 뒤, 감염자들을 조종하며 본격적인 대립을 이끈다.

냉철한 논리와 광기 어린 신념을 특유의 기묘한 에너지로 표현한 구교환은, 눈을 가린 채 연기해야 하는 일부 장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관객의 감탄을 자아냈다. 얼굴 대부분이 가려진 상황에서도 목소리 톤, 입매의 움직임, 기괴한 제스처만으로 극강의 공포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구교환은 연상호 감독의 또 다른 좀비물 ‘반도’에서도 섬뜩한 빌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당시 그가 연기한 서대위는 폐허가 된 세상 속 인간 군단 631부대를 이끄는 인물로, 대중적 호감도가 높은 구교환의 이미지를 완전히 비틀며 “좀비보다 더 무서운 인간”이라는 평가를 끌어냈다.

다만 서대위가 붕괴된 세계 속에서 광기에 잠식된 인물이었다면, 이번 서영철은 감염 사태 자체를 통제하고 설계하려 한다는 점에서 훨씬 능동적이고 거대한 악의 축에 가깝다. 같은 연상호표 빌런이지만 전혀 다른 결의 공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구교환의 연기 스펙트럼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맞물려 팬들 사이에서는 ‘서대위-서영철’로 이어지는 일명 ‘서씨 빌런 트릴로지’를 완성해달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구교환 역시 제작보고회에서 해당 트릴로지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바 있어 실현 기대감을 높였다. 연상호 감독 역시 구교환에 대해 “한국 영화 연기의 패러다임을 바꾼 비범한 배우”라고 극찬하며 지속적인 협업 의지를 드러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