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SBS
[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조선 희대의 ‘여성 야망가’가 안방극장을 제대로 홀렸다.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 이야기다. 최근 역사적 소재를 차용한 작품들이 잇따라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던 것과 달리 ‘멋진 신세계’는 화제성과 시청률을 모두 잡으며 이례적인 흥행 성과를 거두고 있다.
‘멋진 신세계’는 역사 속 인물 장희빈을 모티프로 한 조선 시대의 ‘요녀’ 강단심의 영혼이 현대의 무명 배우 신서리에게 빙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첫 방송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온 가운데 최근 방송된 12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 10%를 돌파했다.
이 같은 성과는 역사적 정체성을 다루는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에서 거둔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실제로 최근 가상의 입헌군주제를 소재로 한 ‘21세기 대군부인’은 전통 복식과 예법 고증 오류 논란에 휩싸이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멋진 신세계’가 논란의 덫을 피해간 가장 큰 이유는 역사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에 있다. ‘21세기 대군부인’이 실제 전통문화의 연장선처럼 보이는 세계관을 구축한 반면, ‘멋진 신세계’는 처음부터 ‘빙의 설정’을 내세운 현대 판타지 장르를 표방했다. 조선 시대는 인물의 배경을 설명하는 장치로 활용될 뿐, 이야기의 중심 무대는 현대 연예계와 재벌가로 설정됐다.
역사 속 인물의 본질을 무리하게 미화하지 않은 점도 주효했다. 극 중 신서리는 조롱에는 독설로, 모함에는 치밀한 반격으로 응수하며 강단심 특유의 독기와 야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장희빈을 일방적인 피해자로 재해석하는 대신 생존과 권력을 위해 싸웠던 능동적 인물상에 집중하며 캐릭터의 설득력을 확보했다는 평이다.
특히 비극적인 장희빈 서사를 현대적 감각의 ‘사이다 캐릭터’로 변주한 점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왕의 총애를 둘러싼 궁중 암투 속 비운의 인물이 아니라 “내명부를 거머쥐었던 내가 고작 남자에 연연하겠느냐”라며 스스로 성공을 쟁취하려는 야심가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와 맞물려 조선 시대 궁중 권력 다툼을 견뎌낸 인물이 현대 사회의 불합리한 관행과 갑질, 편견을 정면 돌파하는 모습은 역사 왜곡에 대한 거부감보다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역사를 함부로 비틀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상상력을 덧입히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며 “역사를 모티프로 한 작품의 좋은 예”라고 짚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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