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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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이정연 기자] 서울·부산 지하철 안내방송과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봉미선(짱구 엄마) 목소리로 사랑받은 성우 강희선이 별세했다. 향년 65세.

4일 유족에 따르면 강희선은 이날 오전 2시 10분 지병으로 서울 인제대 상계백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1979년 TBC 성우극회 10기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방송 통폐합으로 KBS 성우 15기가 됐다. 배우를 꿈꾸다 성우의 길을 택한 그는 이후 4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우로 활약했다.

강희선은 애니메이션 ‘빨강 머리 앤’을 시작으로 ‘베르사유의 장미’, ‘공각기동대’, ‘캡틴 플래닛’ 등 수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특히 1999년부터 26년간 ‘짱구는 못말려’의 봉미선과 맹구를 연기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을 받았다.

1980~1990년대 외화 더빙 전성기에는 샤론 스톤, 줄리아 로버츠, 미셸 파이퍼, 니콜 키드먼 등 할리우드 배우들의 목소리를 맡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진제공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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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996년부터는 서울과 부산 지하철 안내방송을 맡아 “이번 역은 OO역입니다”라는 익숙한 목소리로 시민들의 일상과 함께했다. 생전 그는 “기계음에는 사람의 정서가 없다”고 말하며 안내방송에 담긴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2021년 대장암 간 전이 진단과 함께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47차례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성우 활동을 이어갔다. 병실에서 지하철 안내방송을 녹음하고,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더빙을 장시간 소화하는 등 마지막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강희선은 생전 “연기를 생명처럼 생각한다. 다음 생에도 성우를 하겠냐는 질문을 받으면 ‘하다가 죽어도 좋다’고 답한다”고 말할 만큼 성우라는 직업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왔다.

고인은 2002년 KBS 성우연기대상 최우수외화연기상, 2005년 KBS 성우연기대상 대상, 2018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KBS 성우극회장과 한국성우협회 수석 부이사장도 역임했다.

유족으로는 1남 1녀가 있으며,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6일 오전 7시 40분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