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찬영양사“五∼색다른건강…위대한밥상납시오”

입력 2008-04-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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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순화동에 위치한 라마다 호텔&스위트 직영 카페테리아 ‘키친 라랄라’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식당이다. 하지만 점심 시간이 되면 직장인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유가 뭘까. 바로 ‘약선(藥膳)’이다. ‘약선’은 음식을 약이 되게 변형시킨 것을 말한다. ‘라랄라’의 김봉찬(37) 영양사는 음식을 한방에 접목시켜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물, 야채, 해산물, 생강 등을 약선으로 만든다. “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약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콧물과 가래가 누렇고, 몸에 땀이 많이 나는 감기에는 무채가 효과적입니다. 반대로 콧물과 가래가 멀겋고, 땀이 나지 않으면 흰 쌀죽에 생강을 넣어서 끓여 먹으면 나아요. 이렇게 음식만 잘 먹어도 아플 때 효과를 볼 수 있어요.” ○ 약선, 체력을 길러줘요 김 씨의 약선에 대한 관심은 무료급식을 하면서 시작됐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뒤 1995년 서울 세종호텔에서 영양사로 일을 시작한 그는 틈틈이 무료 급식으로 자원봉사를 하면서 돈이 없는 사람들이 음식으로 아픈 곳을 치료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한의사가 되고 싶어 삼수를 할 정도로 한의학에 관심 많던 그였다. 체질 등에 대해 독학을 한 뒤 2006년 한국약선연구원을 거쳐, 지난해 명지대 산업대학원 식품약생학과에서 한방약선요리 석사 과정을 밟으며 약선을 요리에 접목하고 있다. “약선의 효과는 기본 체력을 길러주는 겁니다. 병은 몸에 균형이 깨졌을 때 들어오는 건데 균형을 잡고 체력을 보강하면 아무리 거센 병이 와도 괜찮아요. 똑같이 추운 날씨에 밖에서 일했는데 누구는 감기에 걸리고, 누구는 감기에 걸리지 않잖아요.” ○ 약선, 이렇게 구분하면 쉬워요 그는 색깔로 알기 쉽게 구분했다. 푸른색 식재료는 간에 좋다. 술 먹은 다음날 미나리를 넣어서 국을 끓이면 해장에 효과가 있다. 빨간색은 심장에 좋다. 딸기와 석류가 해당한다. 노란색은 위에 좋다. 호박은 소화가 안 될 때 죽으로 끓여 먹으면 도움이 된다. 흰색은 폐에 좋다. 도라지, 더덕, 인삼 등이 해당한다. 검정색은 신장에 좋다. 팥과 흑임자를 넣어서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도라지, 쑥 등을 한국에서는 나물로 먹지만 외국에서는 약재로 쓰잖아요. 약선은 조금만 신경 쓰면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효과를 볼 수 있어요. 한약으로 쓰이는 성장탕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조림에 넣어 주거나, 유산을 잘하는 임산부들에게 효과가 있는 한약재를 넣어 죽을 끓여주는 게 모두 약선을 이용한거죠.” ○ 약선, 잘못 사용하면 안돼요 하지만 김 씨는 잘못된 정보를 갖고 약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일례로 생강이 감기에 좋다고 무조건 먹어서는 안된다는 거다. 생강은 덥게 하는 성질이기 때문에 몸이 찰 때 먹으면 좋지만, 열이 있을 때 먹으면 오히려 병세를 악화시킬 수 있단다. 정확한 지식을 갖고 제대로 써야 약선이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현재 국제약선사를 준비 중인 그는 약선이 많이 보급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약선으로 인해 병원가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따뜻한 마음이 그 이유다. ○ 약선 식단과 효능 ‘스태미너 연두부탕’은 몸을 건강하게 하는 대표적인 약선. 한약재인 당귀, 황기, 육종용을 넣어 끓인 약물과 닭고기 육수를 섞은 뒤 굴소스와 연두부, 잘게 썬 닭고기, 새우, 양파, 마늘 등을 넣어 만든 ‘스태미너 연두부탕’을 메인 요리로 해서 굴 무밥, 파래무생채, 두릅진미채무침, 도라지 볶음을 함께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육종용은 신장의 양기를 보하고, 당귀는 어혈(고인 피)을 제거하고, 황기는 기를 보하는 작용이 있다. 이 재료들은 허약한 신체를 강하게 하는 닭고기와 함께 양기가 부족할 때 일어나는 여러 가지 증상을 치료한다. 육종용과 효능이 비슷한 새우는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두부가 들어가 골다공증을 걱정하는 여성에게 좋다. 굴 무밥은 무가 소화를 잘되게 하고, 굴이 스태미너를 증강하는 효과가 있다. 파래무생채는 파래에 알긴산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어 혈액 순환에 좋다. 두릅진미채무침은 두릅이 피로 회복과 원기 회복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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