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휴대용 게임기 ‘카누’ 출시 현장에서

입력 2010-08-19 17: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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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임기를 왜 우리는 만들지 못하는가?”

작년, 정부의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닌텐도DS라는 휴대용 게임기를 보고 한 말이다. 이후 인터넷 등에서는 이를 패러디하여 국산 소형 게임기인 ‘ GP2X 위즈’에 이 대통령의 이름을 붙여 이른바 ‘명텐도’라고 불렀다. GP2X 위즈는 이러한 애칭과 함께, 우리 기술로 만든 게임기로 인식되면서 인기를 얻었지만, 위즈로 즐길 수 있는 게임 타이틀이 부족해 더 이상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리고 휴대용 게임기 시장은 이미 닌텐도의 ‘닌텐도DS’와 소니의 ‘PSP’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물론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지만…).


2010년 8월 18일, GP2X 위즈를 생산한 게임파크홀딩스(이하 GPH)는 새로운 형태의 최신 포터블 게임기인 ‘카누(Caanoo)’를 출시하며 게임기 시장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카누는 기존 위즈의 단점을 개선하고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을 가미하여 접근성을 높였다고 한다. 이외에 진동 모터나 중력 센터(G센서) 등을 장착하여 다양한 형태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3D 그래픽, 동영상 기능을 강화하고 무선 랜(와이파이)까지 지원하는 등 게임기를 넘어 학습/멀티미디어 기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날 행사는 서울 삼성동 소재의 소극장인 백암아트홀에서 진행됐다. 일반적인 제품 출시 현장과는 달리 극장식 공연 분위기를 연출하여, ‘런칭 쇼’라는 이름에 걸맞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우선 카누의 터치형 리듬 액션 게임인 ‘리드모스’를 기획하며 공개 선발했던 신인가수들의 축하 무대가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리드모스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음악 감독과 작곡가가 만든 신곡을 열창했다. 본 기자는 이름도 얼굴도 처음 보는 가수였지만, 행사장에는 이들의 팬들도 대거 참석하여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또한, 한편으로는 게임 하나를 개발하면서 음악 감독에 작곡가, 신인 가수까지 선발하는 것을 보면, GPH가 카누에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또 카누를 통해 보여주려는 가능성과 포부가 어떠한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GPH의 이범홍 대표는 공연 전 기조연설에서, 카누가 닌텐도DS나 PSP를 위협하지는 못할 것이며, 자신들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시인하면서, 게임기 시장 점유율 1%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사에 참석한 이들이 카누의 홍보대사가 돼 주기를 요청했다. 또 전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산 게임기에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대표 국산 게임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다짐했다.


행사에서는 카누 자체보다는, 앞서 언급했던 리듬 게임인 ‘리드모스’를 더욱 강조했다. ‘리드모스’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리듬 액션 게임과는 달리,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동안 자신의 자질과 능력을 알릴 방법이 없었던 아마추어 뮤지션들이(보컬리스트든 기타리스트든) ‘리드모스’를 통해 (비공식적이지만) 데뷔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다.


또한 최신 대중가요 일색인 다른 리듬 게임과 차별되도록, 국악, 재즈, 블루스 등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 예로 ‘리드모스 프로젝트’의 작곡가 최용원 씨는 이날 공연에서 자신이 작곡한 국악 퓨전곡인 ‘위시 오브 코리아(Wish of Korea)’를 연주했다. 마치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테마곡이었던 반젤리스(그리스 출신의 작곡가)의 ‘앤섬(Anthem)’과 같은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만 개인적으로 국악 퓨전곡으로서의 웅장함과 임팩트가 다소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게임을 통해서라도 우리 음악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다는 작곡가의 포부에는 백 번이고 동의하는 바다.


GPH 이범홍 대표를 비롯해 모든 출연자가 함께 나와 참석자들에게 인사함으로써 행사는 마무리됐다. 이 대표는, 카누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휴대용 게임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자의 눈으로 본 카누 런칭쇼

사실 본 기자는 행사장에서 카누를 직접 접해보지 못했다. 행사 시간 10여 분 늦게 도착한 탓에 제품 전시가 이미 종료됐기 때문이었다. 이에 현장에서 제공된 브로셔를 통해 카누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 일단 브로셔의 액면 사양 등으로 짐작했을 때 흥미로운 제품임은 분명했다. 더군다나 얼마 전 미국에서 개최됐던 유명 게임쇼에서도 많은 사용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다만, 이전 제품과 마찬가지로 카누로 즐길 수 있는 타이틀이 과연 얼마나 제공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현재까지 카누 관련 홈페이지인 펀GP(www.fungp.com)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타이틀은 100여 종이 채 되지 않는다. 특히 예전 오락실용 에뮬레이션 게임을 제외한 순수 카누 타이틀(교육용 포함)은 20여 종에 불과하다. 물론 이후로 신규 타이틀이 지속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카누의 가격은 기본/사전/게임/풀 패키지 구성에 따라 169,000원, 179,000원, 189,000원, 219,000원으로 책정됐다(자세한 정보는 www.fungp.com 참고).


본 행사에서 기자는 GPH 이범홍 대표의 솔직하면서도 야심 찬 포부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자신들의 입장과 위치, 카누의 가능성 등을 가감 없이 언급하면서, 게임기 시장의 3위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카누 개발 당시 받은 한 초등학생의 진심 어린 편지 한 통을 공개하며, 사용자들의 의견과 조언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고 말할 때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제품이 어떨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카누를 기획하면서 많은 노력과 애정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은 가질 수 있었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은 본 기자도 이들도 바라는 바가 아니라지만, 행사를 지켜보면서 카누를 시작으로 한국 게임기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 마지않았다.


조만간 IT동아는 카누에 대해서 리뷰할 예정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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