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쓸만한 콘텐츠가 없다?

입력 2012-02-07 17: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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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M(이하 림)의 블랙베리는 애플 아이폰과 함께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인정받았다. 간혹 최초의 스마트폰으로 블랙베리를 언급하기도 할 만큼,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그 나름의 영역을 확고히 했던 제품 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얘기다. 한때 노키아에 이어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사였던 림이지만, 구글 안드로이드 출시 이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의 성장으로 블랙베리의 시장 점유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려가고만 있다. 다만, 쿼티키패드로 대변되는 독특한 디자인만큼은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공개한 지난해 4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도 블랙베리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애플이 15.9%에서 23.5%로, 삼성이 9.4%에서 22.8%로 1, 2위를 차지한 가운데, 노키아(27.6% -> 12.4%), 림(14.3% -> 8.2%), HTC(8.5% -> 6.5%) 등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특히, 림의 점유율은 두자릿수에서 한자릿수로 떨어진 상황.


지난 달 말, 림은 지금의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경영진 교체를 단행했다. 28년간 림을 이끌어온 공동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인 짐 발실리(Jim Balsillie)와 마이크 라자리디스(Mike Lazaridis)가 경영난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으며,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토르스텐 하인즈(Thorsten Heins)가 신임 CEO로 선임되었다. 이래저래 앞으로 갈 길이 먼 림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국내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에 비하면 블랙베리 사용자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 일부 마니아를 제외하면 일반인에게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업무 용도로 사용하기 좋은 블랙베리 특유의 이메일 시스템 덕분에 직장인들에게 약간의 반응을 얻고 있긴 하다. 문제는 점점 전송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이동통신 기술로 인해 이제는 아이폰, 안드로이드폰으로도 블랙베리만큼 메일 전송을 주고 받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

결정적으로 블랙베리가 계속해서 외면 받는 이유는 다른 스마트폰과 비교해 많이 부족한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 개수에 있다. 말이 스마트폰이지 일반 휴대폰과 비교해 크게 다른 점을 못 느낄 정도. 아무리 타이핑하기에 좋은 쿼티키패드와 트랙포인트 등을 탑재했다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어플 개수에 대한 갈증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블랙베리의 어플 마켓인 ‘블랙베리 앱 월드’에 등록된 전체 어플 수는 약 5만여 개(순수 어플의 개수가 아니라 테마나 전자책 등도 포함된 수치). 애플 앱스토어에 60만 개 이상,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 40만 개 이상의 어플이 등록된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크다. 심지어 가장 최근에 선보인 MS 윈도폰의 어플 마켓인 마켓 플레이스에 등록된 어플 개수와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고 국내에서 사용하기 편하도록 현지화된 어플의 개수는 이보다 더 적다. 영어로 제작된 어플이 대부분. 스마트폰이 국내에 처음 도입되면서, 온라인 뱅킹이 주요 경쟁력이던 때가 있었다. 이에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은 대부분의 국내 은행 온라인 뱅킹 지원 어플을 선보였지만, 블랙베리는 다른 스마트폰보다 온라인 뱅킹 지원 어플 개수가 적다. 하나은행 이외에 15개 은행의 온라인 뱅킹 어플을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국민은행, 신한은행, 씨티은행 등 아직 지원하지 않는 곳도 있다.

다양한 어플 지원을 위해 노력 중


그렇다고 림이 국내 사용자를 위한 어플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림에서는 한국 사용자가 블랙베리를 보다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장 필요한 어플은 무엇인지 중요성을 기준으로 나열하고 관련 어플 개발자 및 개발사와 협력해 개발을 지원해 왔다. 지원 내역은 ‘본사 어플 기술 개발 지원 팀 협조’, ‘홍보와 마케팅 협력 활동’, ‘해외 진출 마케팅 지원’, ‘블랙베리 앱 월드 한글 지원(사용자 평가, 리뷰 등)’ 등이다.

이를 통해 개발된 어플은 카카오톡, 틱톡, 다음 마이피플, 하나은행 외 15개 은행 온라인 뱅킹, 매일경제 뉴스, 동아 프라임 국어/엉어/일본어/중국어 사전, T-월드, 동양증권, 은행 보안 어플, 네이버 어플 등 약 100여 개 정도가 있다. 지금도 국내 사용자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어플을 대상으로 개발을 지원하고 있는 상태. 이처럼 림코리아측은 국내 사용자를 위한 어플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12월, 싱가포르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블랙베리 데브콘 아시아(BlackBerry DevCon Asia, 블랙베리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동아시아 총괄 그레고리 웨이드(Gregory Wade)도 “카카오톡처럼 한국 사용자에게 맞는 어플을 한국에서 개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블랙베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어플 개발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있는 것.


사용자가 느끼는 바는 크지 않아

문제는 림의 어플 현지화 노력에 대해서 실제 사용자가 느끼는 바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온라인 뱅킹을 예로 들어보자. 만약 국민은행을 주로 사용하던 사람이 블랙베리를 접했을 때 느낄 당혹감은 클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에서 지원하지 않는다고 몇 년간 이용하던 은행을 바꿀 수는 없는 일. 사용자가 한번 ‘이게 왜 안돼?’ 라고 느낀다면, 그것으로 실망하게 되는 법이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 주겠지’라고 기다리는 사용자는 많지 않다.

최소한 국내 시장에서 블랙베리가 더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지금보다 나아진 어플 지원이 약속되어야 한다. 비단 국내 시장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때 애플 아이폰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이제는 안방격인 북미 시장에서도 10% 이하의 점유율로 떨어졌다. 앞으로 더 노력이 필요할 때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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