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LP STORY
아침 출근길, 코끝에 가을냄새가 걸린다. 뜨끈한 국밥 한 그릇처럼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줄 멜로디가 필요하다면, 고(故) 김광석의 노래가 듬뿍 담긴 뮤지컬 ‘바람으로의 여행’을 추천한다. 그의 목소리는 오래된 흑백사진첩 같다.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을 소환하는 마법, 첫사랑의 희미한 향기, 바로 그것이다.
이 작품은 김광석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엮어 만든 쥬크박스 뮤지컬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무대 버전처럼, 대학 시절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똘똘 뭉쳤던 친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새롭게 돌아온 이번 공연은 김태린 연출가의 손길로 더욱 깊어진 감성을 선사한다. 낡은 다락방에서 먼지를 털어내듯, 시대에 맞는 감각으로 극을 재해석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김소년, 이예인 배우가 주인공 이풍세 역을 맡았다. 김소년은 뮤지컬 ‘미드나잇’, ‘우리들의 사랑’ 등에서 보여준 탄탄한 연기력으로, 마치 베테랑 배우처럼 무대를 장악한다. 이예인은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한 신예다. 이들 외에도 조수하, 윤채린, 강철, 권복음 등 실력파 배우들이 무대를 꽉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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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광석 같은 가수를 꿈꾸는 6명의 대학생 이풍세, 최고은, 홍영후, 김상백, 백은영, 한겨레는 서인대학교 ‘바람’ 밴드를 결성하고, 대학가요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을 준비하던 중 영후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되고, 밴드는 대학가요제 본선 참가를 포기한다. 겨레의 부탁으로 학교 집회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 풍세가 경찰에게 잡혀가게 되고, 집회에 참가했던 겨레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고은은 안기부 고위직인 아버지에게 풍세를 풀어주는 조건을 걸고 유학을 떠난다. 결국 밴드 ‘바람’은 해체되고 멤버들도 각자의 길을 간다.
20년이 흐르고, 대학 후배들로부터 ‘바람’ 밴드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제안 받는다. 다시 모인 멤버들은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소식이 묘연한 풍세 소식을 모두 궁금해 한다. 대망의 공연 날, ‘바람’ 밴드는 완전체로 공연을 시작한다.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이등병의 편지’… 김광석 노래로 떠나는 시간 여행
‘바람으로의 여행’은 김광석의 명곡들로 가득하다.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이등병의 편지’ 등 그의 노래는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환각에 빠지게 한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마치 거울을 보는 듯,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마치 김광석의 노래처럼, 세월이 흘러도 감동은 변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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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도 까도 나오는 이 작품의 매력 세 가지만 꼽아보자. 첫 번째 껍질은 김광석의 명곡들이다. 두 번째 껍질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세 번째 껍질은 탄탄한 스토리다. 같은 꿈을 꾸었지만 각자의 길을 걷게 된 친구들의 이야기는 마치 우리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11월 8일부터 대학로 스튜디오 블루에서… 갤러리 단정과 아트 콜라보도 진행
이번 공연은 11월 8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대학로 스튜디오 블루에서 만나볼 수 있다. 티켓 예매는 인터파크, 예스24 등에서 가능하다. 이번 공연은 북촌에 위치한 갤러리 단정과 함께 특별한 아트 콜라보를 진행한다. 공연장에 이택희 작가의 전시 리플릿을 가져오면 20% 할인된 가격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 전시 작품을 구매하면 ‘바람으로의 여행’ 초대권 2매를 받을 수 있다. 이택희 작가는 이 작품의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김태린 연출가는 “뮤지컬 ‘바람으로의 여행’은 고 김광석 선배님이 우리에게 남겨준 노래의 정서와 의미를 가장 잘 살린 단 하나의 뮤지컬입니다. 김광석 선배님의 노래와 함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풍경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노래와 이야기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공연을 만들겠습니다”라고 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